올여름 전 세계적으로 엘니뇨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관측되면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엘니뇨로 인해 가뭄이 되면 곡물 작황이 감소해 가격은 상승하기 때문이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미국·호주·일본 기상청은 올여름 6년 만에 엘니뇨가 들이닥칠 것이라고 연이어 발표했다. 엘니뇨는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올라가는 현상으로 동남아·호주·동부 아프리카에는 가뭄과 폭염을, 중남미·북미에는 폭우를 몰고 온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바닷물 수온이 올라가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각국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초 페루 인근 동태평양 해수 온도는 작년 동기 대비 4%나 올랐다. 최근 미국기상청(NWS)은 엘니뇨가 내년까지 지속될 확률을 85%로 예상했다.
이 같은 관측에 따라 한동안 안정세였던 밀·옥수수·대두(大豆) 등 가격이 지난 2주간 급등했다. 엘니뇨 영향을 많이 받는 호주 동부 브리즈번 항구 밀 수출가격이 호주 남부 애들레이드 항구 밀 수출가에 비해 10% 높다. 호주 국립은행은 세계 밀 수출의 14%를 차지하는 호주산 밀 생산량이 올해 50% 감소할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미국도 폭우로 농부들이 제때 수확을 하지 못한 탓에 대두 생산 증가율이 1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네덜란드 라보뱅크 애널리스트는 "엘니뇨 영향을 크게 받는 국가는 베트남·인도네시아·호주 등으로 이 국가들에서 주로 생산하는 커피·원당·밀 등 작물 가격이 크
하지만 엘니뇨 영향으로 모든 농산물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지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쌀·팜유·설탕 등 농산물 재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미국 농업부에 따르면 미국 옥수수 재고량은 1988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하반기 농산물 가격이 지금보다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