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이사회가 선임한 8대 원장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사회 투표로 8대 신임 KISTEP 원장으로 선임된 박영아 원장에게 미래부가 불승인을 통보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원장 선임 절차상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미래부 장관의 최종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미래부는 “국감이 연기돼 승인을 못하고 있다”며 20여일을 머뭇거리다 결국 불승인한 것이다. 미래부는 정확한 불승인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과학계에서는 KISTEP 신임 원장에 ‘청와대가 낙점한 인물’이 있었는데 낙점받지 않은 박영아 원장이 선임 되자 불승인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경진 정의당 의원은 “이사회 의결 사항을 장관이 불승인한 경우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며 이는 청와대가 현 원장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이사회는 거수기 역할만 하라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현 정부가 1년 3개월 정도 남은 시점에서 기관장들의 교체가 잦은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이 임기를 1년이나 앞두고 ‘개인사정’을 이유로 물러났으며 7월에는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중도사퇴,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 신임 원장 불인정 등이 잇따라 이어졌다.
정부의 인사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권동일 한국표준연구원장은 취임 4개월만에 물러났는데 서울대 시절 설립한 벤처기업 보유지분 문제로 사퇴했다. 표준연 원장 공모는 두 차례나 무산되고 세번째 만에 권 전 원장이 참가해 그가 선임됐다. 그가 운영하던 벤처회사는 재료물성평가 전문기업으로 이는 표준연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 그럼에도 인사를 담당하는 청와대와 미래부는 그를 표준연 원장에 앉혔다. 국내 과학기술 대표단체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이부섭 회장은 최근 업무추진비와 판공비로 매달 600만원의 현금을 받으면서 별도 법인카드를 이용해 명품 등 구입에 2년간 30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부당하게 썼다는 지적이 나와 미래부가 감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현재 노조에서는 “600여 회원단체와 500만 과학기술인을 대표 대변하는 공익기관인 과총
과학기술계에서는 과학에 정치논리가 개입하면 더 이상 R&D 발전은 없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과학계 한 원로 교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현 정부의 과학기술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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