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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지난 해 걸그룹 식스밤(sixbomb)으로 데뷔했다 1집 활동 종료 후 해체되는 아픔을 함께 겪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절치부심, 새로운 이름으로 가요계 문을 두드리게 됐다.
29일 공개되는 타이틀곡 ‘월급날’은 작곡가 Dr.Q가 쓴 멜로디 위에 나비와 H혜진이 공동으로 가사를 붙여 완성된 곡. 하루하루 지친 샐러리맨들에게 힘이 되고자 하는 희망찬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가사 속 ‘890원’은 상징적인 의미에요. 원래는 9900원을 하려고 했었죠. 100원이 모자라서 인출이 안 되니까.(웃음) 그런데 요즘은 껌도 천원이잖아요. 어떻게 해야 더 비참할까를 생각하다 껌도 못 하먹는 890원으로 결정했죠. 어감도 좋고 입에 잘 붙으니까요.”(나비)
현실적인 공감대를 모토로 한 가사를 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솔직히 막막했죠, 월급날.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은 없지만 아르바이트는 해봤으니까 그 때의 느낌을 살려보려 했는데 막상 가사를 쓰다 보니 우리 얘기더라고요. 우리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안 맸다 뿐이지, 돈 때문에 힘든 건 똑같았어요. 특히 우리는 꿈을 좇는 사람들인데, 꿈을 포기하고 돈을 좇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모티브는 직장인이었지만 내 얘기라 생각하고 공감하며 쓰게 됐어요.”(나비, H혜진)
이들은 “노래를 미리 접해본 분들이 가사가 너무 공감된다고 하시더라”며 고무적인 주위 반응을 귀띔하며 “노래가 나오면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듀오플로라는 팀명은 ‘월급날’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업타운 스티브가 지어줬다. “원래 피처링을 잘 안 해주시는 분인데 감사하게도 우리 노래에 피처링을 해주셨고, 팀명을 계속 고민하던 중 의견을 여쭤봤는데 듀오-플로 라는 이름을 주셨어요. 영광스럽게 받아들였죠.”(H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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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밤이 무산된 뒤, 솔직히 혜진이가 포기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힘든 시간을 버텨낸 것을 보고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죠. 본인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포기하는 친구들도 꽤 많은데, 혜진이는 남들과 다른 아이였어요.”(나비)
“사실 저는 언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언니가 몇 년 동안 이렇게 노래하고 있는 게 한편으론 미안한 얘기지만 많이 위안도 되는걸요. 언니는 음악에 대해 정말 열정적이에요. 많은 걸 배우고 도움 받고 있습니다.”(H혜진)
H혜진의 말처럼 나비는 의외로 가요계 잔뼈가 굵다. 듀오플로라는 신인 그룹의 명함을 갖고 있지만 이미 2008년 홀라당이라는 팀으로 데뷔해 3장의 앨범을 낸 베테랑인 것. 이후 팀에서 탈퇴한 뒤 식스밤을 거쳐 듀오플로로 재도약을 꿈꾸는 ‘독한’ 언니다.
“식스밤이 데뷔했을 시기엔 걸그룹이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음악보다도 타이틀곡 무대,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만 평가 받을 수 밖에 없었죠. 음악에 대해서만큼은 자신 있었기 때문에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이렇게 듀오플로로서 다시 출발선에 서게 된 만큼 차별화된 매력으로 음악적으로 승부를 걸고 싶습니다.”(나비)
힙합을 즐겨 듣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각기 선호하는 장르가 달랐다는 두 사람. 나비는 흑인음악 특유의 알앤비나 네오소울, 언더그라운드 힙합곡을 주로 찾아 들었다면 H혜진은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힙합을 즐겨 들었다. 두 사람의 차이가 가져온 시너지는 엄청났다.
“‘월급날’은 힙합이라는 무게감보다는 발랄하고 즐거운 노래인데, 멜로디 부분은 레게 필이 나게 불렀고 혜진이의 랩은 일반적인 힙합 느낌으로 만들었어요. 스티브 오빠의 피처링 부분은 미국 스타일로 더해졌고요. 각자의 개성이 한 곡에 들어가 있으니 듣는 재미도 있을 겁니다.”(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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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덕담(!)을 들은 언니 나비 역시 H혜진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혜진이는 흡수력이 정말 빨라요. 평소 글 쓰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가사는 잘 쓸 줄 알고 있었는데, 랩핑을 스스로 그렇게 잘 해낼 줄은 몰랐어요. 흰 도화지와도 같은 생 MR 위에 즉석 랩핑을 해내는데, 앞으로 가능성이 많이 보였어요.”(나비)
포기하고 싶던 때도 많았지만 그 때마다 찾아온 기회. 산전수전 끝 듀오플로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선 만큼, 데뷔곡 ‘월급날’로 내놓는 출사표는 소박하면서도 원대했다.
“우리 노래를 듣고 공감해주시면 좋겠어요.”(H혜진) “가수 나비와 가수 혜진이 모인 팀이 듀오플로구나 이렇게 각인되고 싶어요. 엄청난 것을 바라진 않아요,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꾸준히 활동 할 거니까요. ‘그 노래 좋아’ 정도만 알아주셔도 만족합니다.”(나비)
“장기적인 목표는 여자 리쌍이 되고 싶다는 거예요. 리쌍 선배님들의 노래는 가사 때문에 더 마음을 울리는데, 그게 바로 공감이잖아요. 사람들의 마음을 가사와 멜로디로 움직일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습니다.”(H혜진)
벌써부터 이들은 ‘월급날’ 이후를 생각하고 있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기분이란다. “앞으로 보여드릴 모습은 정말 많답니다. 힙합 안에서도 많은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어떤 특정 장르적 느낌을 ‘우리 색이야’라고 얘기하기보다는, 다양한 장르를 우리가 소화해내면서 저희 듀오플로만의 느낌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