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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의 연기는 진정성이다. 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박히고 뭉클한 감정이 온전히 전해진다. 영화 '국제시장'과 '베테랑'에서 전한 울컥한 감정과는 또 다르다. 꾹꾹 참아도 눈물이 터져 나올 만하다. 황정민이라는 배우 덕이다.
영화 '히말라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인지 감동의 크기는 몇 배다. 황정민을 믿고 보는 관객이라면 이번에도 만족할 듯하다. 여기에 정우와 김인권, 조성하, 라미란, 정유미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관객의 감정 샘을 건드려 눈물을 떨구게 한다.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황정민) 일행의 여정이 히말라야 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물론 그 배경은 아름답기만 하진 않다. 두려운 존재이기도 한 산의 무서움도 온전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 박무택(정우)의 시신을 찾기 위한 휴먼 원정대의 도전은 후반부 집중된다. 이 영화가 실화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이석훈 감독은 극 초반 많은 부분을 이들의 관계 형성에 쏟아부었다. 엄 대장과 박무택 대원이 같이 산을 오르게 되고 형제와 가까운 사이가 되기까지 그 감정선에 신경을 썼다.
말이라 내뱉기 쉽지 해발 8750미터,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신의 영역'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데스존에 묻힌 동료를 찾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결혼을 미루며 길을 나서는 용기를 갖기란 쉽지 않다. 이들의 산행은 죽음이라는 단어와 동행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영화가 초반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산악인들의 우정이 엄 대장을 비롯해 원정대가 시신을 찾는 길을 나서는 이유를 설명한다.
배우들은 네팔 히말라야와 프랑스 몽블랑에서 직접 촬영을 위해 각종 등반 훈련을 받는 등 고행했다. 실제 원정대와 비슷한 훈련을 받고 견뎌야 했다. 눈길에서 구르고 폭풍우를 뚫고 전진하는 등 이들의 고행은 이 감독의 연출력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다큐멘터리 같은 분위기를 주려고 하는 도입부와 결말 등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황정민의 내레이션이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 산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산을 정복한다"거나 "산이 허락해줘서 잠시 머물다 간다"는 산악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황정민과 정우 등 배우들의 연기와 우정 코드에 기대며 관람하는 수밖에 없다.
'내려올 산을 왜 굳이 올라가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에게도 분명 재미없다. 지루한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