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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의 현실 같은 아픈 이야기들이 관객을 찾는다. 우울하고 답답하지만 청춘들이 현실과 맞닥뜨릴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영화 '글로리데이'(감독 최정열)는 경찰에 쫓기는 용비(지수), 상우(김준면), 지공(류준열), 두만(김희찬) 등 네 친구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모래사장을 달리던 해맑은 아이들의 얼굴은 경찰들로부터 쫓겨 땀범벅으로 바뀐다. 해병대에 입대하는 상우(김준면)를 위해 경북 포항으로 추억 만들기 여행을 떠난 네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특별한 건 없지만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추억인 이들은 한 항구에서 폭행을 당하고 있는 여자를 구해준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들은 쫓기고 상우는 교통사고까지 당한다. 어떤 일도 마다치 않고 함께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이들의 우정은 금이 가고 만다. 여자를 폭행한 남자가 죽었기 때문이다.
상우의 교통사고는 이들의 우정이 파괴되는 정점과 맞물린다. 정말 평범한 아이들이었던 이들은 어른들에 의해 우정 파괴를 강요당한다. 우정과 의리는 그렇게 밑바닥으로 깔려버린다. 어쩔 수 없는 경쟁 현실 속에서 청춘들의 선택지가 한정돼 있어 안타깝다.
현실에 순응하는 지공, 두만과 달리 지수는 현실의 괴리감을 느낀다. 과거 엄마가 잘못된 선택을 해 감옥에 가 있기 때문이다. 지수의 흔들리는 감정표현이 그리 섬세하게 느껴지진 않아 아쉽긴 하지만 갈등의 상황은 충분히 전달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여성팬들을 '심쿵'하게 했던 류준열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데 어색하지 않다. 실망할 것도 없다. 연기자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니. 엑소 팬들은 김준면이 그렇게 많이 나오진 않아 실망할 수도 있다. 93분. 15세 이상 관람가. 24일 개봉
영화 '수색역'(감독 최승연)의 윤석(맹세창), 상우(공명), 원선(이태환), 호영(이진성)도 친구들이다. 1990년대 후반 재개발 지역으로 꼽히던 서울 은평구 수색동, 한동네에 사는 친구들 4명이 환경이 변하면서 관계도 변해 벌어지게 되는 이야기는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공업고등학교에 다니는 이들은 실습을 나간 공장에서 경리 선미(김시은)를 만난다. 상우가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지만, 선미는 원선의 여자친구가 된다. 이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상우는 강변에서 술을 마시다 원선의 뒤통수에 소주병을 날린다. 원선은 하반신 마비가 되고, 이들의 우정도 파괴되기 시작한다.
괴로워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상우는 미쳐 날뛴다. 그 감정에 이입하기 힘들지만 방황하는 청춘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있다.
청춘은 혈기왕성하다. 이들을 구속할 명분은 없다. 하지만 모든 건 한순간의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친구를 잃는 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잘못을 되돌리기는 이미 늦었다. 희망적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럴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112분. 청소년 관람불가. 31일 개봉 예정
영화 '커터'(감독 정희성)도 현실의 고등학생들에게 있을 법한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술 취한 여성들을 모텔로 운반하는 위험한 일에 빠진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다.
전학생 윤재(김시후)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에 반 친구 세준(최태준)의 일에 동참한다. 범죄인 것을 알게 된 윤재는 고민을 하지만 엄마의 병원비를 위해 계속해서 이 일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학교 후배 은영(문가영)으로부터 의심을 받고 더욱 충격적인 사건이 이어진다.
감독은 두 친구를 통해 성범죄와 쉽게 연루되는 10대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그린 듯하다.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아이들이 어른들에 의해 어떻게 범죄에 동조할 수 있는지가 현실적으로 담겼다.
어른들에게 경각심을 전하려는 의도지만 쉽게 전달되지는 않는 단점이 있다. 두 친구가 친해지고, 또 은영을 놓고 벌이는 갈등이 흡사 청춘 로맨스를 떠올리기도 하는데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방향이 이해하기 쉽진 않다. '고등학생 충격 살인 미스터리'라는 홍보 문구도 무색할 정도로 뒤죽박죽이다.
반듯한 막냇동생, 훈남 남자친구 등으로 인사했던 최태준이 선한 눈빛으로 일진 연기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연기는 볼 만하다. 김시후와 문가
가뜩이나 팍팍한 삶에서 이들 세 편의 영화가 가슴을 더 답답하게 할 수도 있다. 희망적이었으면 좋으련만 그러면 영화화되지도 못했다. 또 현실은 실제 밝은 것만 가득한 건 아니니 이해는 된다.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