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배우 이태성, 군 제대하자마자 주말극 50부작에 뛰어들었다. 일 욕심이 많은 건지, 부지런 한 건지. 본인에게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은 호탕 그 자체다. “욕심이요? 욕심은 아주 바닥까지 내려놨어요. 하하”
이태성은 지난 2월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엄마’에서 철없이 엄마 속을 썩였지만 어느 새 철들어 한 여자의 든든한 남편, 한 가정의 가장으로 거듭나는 김강재 역을 맡아 시청자들을 찾았다. 군 입대로 2년간 브라운관을 떠났던 터라 더욱 반갑게만 느껴졌다.
“제대하자마자 1주일 만에 ‘엄마’ 촬영에 나섰다. 일에 지쳐서 쉬는, ‘자의적인 휴식’이 아니지 않나. 어쩔 수 없는 휴식기를 2년이나 있으니 현장이 정말 그리웠다.(웃음) 연기를 하고 싶단 에너지가 팔팔했다. 친구들이 연기를 하는 것 보면 나도 하고 싶은 생각도 들고. 빨리 전역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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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제대하자마자 50부작 주말극 현장에 뛰어들었다. ‘민간인’으로서 자유를 만끽하고 싶을 터인데, 그는 오히려 현장에 오래도록 있을 수 있어서 너무나 즐거웠다고. 이태성은 “50부작이라서 오히려 정말 좋았다”고 회상했다.
“8개월의 시간동안 저를 다질 수 있었다. (연기를)점검하고 수정할 수 있는 시간과 호흡이 더 많았기 때문에 제게는 미니시리즈보다는 50부작이 더욱 좋았다. 특히 ‘엄마’는 자극적인 소재나 막장 코드가 없었다. 동네 형, 누나들이 겪을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이었다. 무엇보다 ‘전원일기’ 작가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믿고 시작했다.”
이태성은 자신이 맡은 김강재를 떠올리며 “요즘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을 대변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공무원을 꿈꾸는 쪽과 위험수를 던져가며 ‘한 방’을 꿈꾸는 쪽 중 김강재는 후자다. 그렇게 철이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는 성장하고 성숙해져간다. 캐릭터 진폭이 꽤나 크다.
“김강재는 ‘한 방’ 때문에 잘못된 길에 들어서고 부잣집 딸인 강유라(강한나 분)에게 차이면서 현실적으로 성숙해져갔다. 참 진폭이 큰 역할이었는데, 저도 초반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 허세와 날라리 캐릭터 뒤에 어떤 게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며 연기를 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김강재가 구치소를 다녀와 성숙해진 뒤에도 이질감은 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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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도희가 맡은 콩순이라는 캐릭터가 있어줬기 때문에 김강재가 성숙하는 과정을 덜 어색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태성은 초반 강한나와 로맨스를 그리지만, 강한나와의 이별을 하면서 중반부 이후에는 도희와 ‘티격태격 로맨스’를 벌이고, 결국에는 그와 결혼을 해 아빠가 된다. 김강재의 성숙을 돕는 콩순이, 그를 연기하는 도희와의 호흡이 중요했을 터.
“도희가 23살인데, 그가 연기하는 걸 보며 ‘난 23살 때 뭐했지’하고 생각한다. 감성적으로, 정서적으로 참 좋은 걸 가진 친구다. 도희는 ‘안에 할머니가 들었다’고 할 정도로 성숙한 친구인데, 고아 출신에, 임신하고, 출산을 하는 콩순이 역할이 힘들 수 있었을 텐데 잘 해내는 걸 보면서 참 대견했다. 도희가 감정신을 할 때에는 나도 슬퍼지더라. 캔디같이 강인한 캐릭터가 무너질 때의 슬픔을 참 잘 표현해줬다.”
무엇보다 이태성은 이 작품을 통해 어머니의 인생과 마음을 다시금 돌이켜볼 수 있게 돼 ‘효자’가 됐단다. 특히 그가 극중 어머니로 등장하는 차화연과 ‘쌀국수 데이트’를 하는 장면을 보면서 어머니께서 ‘나는 왜 쌀국수 안 사주냐’고 문자를 보내셨다고. 그는 “나는 원래 무뚝뚝하고, 살가운 아들은 아니었다”고 어머니를 떠올렸다.
“‘엄마’라는 드라마가 어머니 윤정애(차화연 분)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뒤돌아서 속상해하는 엄마, 방 안에서 홀로 우는 차화연 선배님의 연기와 대사를 보면서 ‘우리 엄마도 저랬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어머니께 더 잘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물론 어머니께는 그 이후 쌀국수보다 더 맛있는 걸 사드리면서 함께 데이트 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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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후 참 오랜만에 나온 이태성은 입대하기 전과 달라진 게 없어보였다. 하지만 그는 “살이 10kg나 찌고, 첫 촬영 때에는 군인의 까까머리 그대로라 걱정이 많았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말년 때부터 이미지트레이닝도 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역시 부담이 컸을 것이다. 이태성은 “전 정말 바닥까지 내려놨다”고 강조했다.
“30대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이었다. 정말 욕심은 다 내려놓고 시작했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드라마의 수치적인 시청률, 흥행, 인기 같은 것들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기로 했다. 내가 임하는 작품, 이를 생각하는 마음가짐, 캐릭터로 변해가는 과정, 이런 것들에만 초점을 맞춰 연기하기로 했다.”
‘엄마’를 통해서 그토록 돌아오고 싶었던 브라운관에 복귀했고, 50부작이라는 긴 시간을 통해 배우로서의 내공을 다시 다질 수 있었다. 30대가 다시 시작이라는 그에게 ‘엄마’는 어쩌면 출발선이었는데, 그는 “‘엄마’는 참 잘 출연했다”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을 만큼 ‘좋은 출발’을 하게 됐다. 단단하게 다지고, 다시 도약에 오른 이태성. 그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