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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경이 영화 `걸캅스`를 통해 상업영화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제공|CJ엔터테인먼트 |
’걸캅스’로 변신한 이성경(29)이 제대로 날았다. 관객에겐 화끈한 걸크러시로 새로운 매력을, 그 스스로에게도 힐링의 시간을 선물했다.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는 민원실 퇴출 0순위 전직 전설의 형사 미영과 민원실로 밀려난 지혜가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를 돕기 위해 비공식 수사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 지난 여름 tvN 드라마 ’멈추고 싶은 시간:어바웃타임’으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보여준 이성경은 드라마 종영 후 곧바로 ’걸캅스’ 촬영에 합류,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걸캅스’ 개봉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이성경은 "3~4일 전부터 잠을 못 자고 있다"며 긴장을 역력히 드러냈다. 사실상 첫 상업영화인 만큼 주연으로서의 책임감이 막중했던 것. 그는 "스코어나 평점도 예상이 전혀 안 되고, 어떻게 봐주실 지 긴장이 많이 된다"고 했다.
"지나왔던 작품들도 굉장히 큰 무게감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극을 끌고 가는 역할이고, 몇 년 전부터 많은 분들이 준비하느라 고생하신 작품이기 때문에 개봉이 더 뭉클하고 떨려요."
극중 민원실로 밀려난 현직 꼴통 강력반 형사 지혜 역을 맡은 이성경은, 앙숙 관계인 올케 미영(라미란 분)이 있는 민원실에서 우연히 디지털 성범죄 사건 피해자를 만난 뒤 ’해결사’를 자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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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경은 라미란의 '츤데레' 매력에 엄지를 치켜세우며 고마움을 전했다. 제공|CJ엔터테인먼트 |
이성경에게 라미란은, 존재 자체가 ’선망’이었다. "라미란 선배님은 늘 분위기를 좋게 해주세요. 아무래도 선배님 컨디션을 따라가게 되는데, 너무 즐겁게 잘 해주셔서 저는 장단만 맞췄죠. 선배님이 저보다 훨씬 젊은 감성이였어요. 트렌드며 요즘 유행하는 노래, 안무도 다 알고 계셨죠. 이미 많은 것을 보여주셨는데도 아직도 보여줄 것을 많이 갖고 계신 분이었어요."
영화 속 윤상현과의 남매 케미는 ’걸캅스’의 깨알 웃음 포인트다. 이성경은 "나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며 반색했다. 그러면서 "현실오빠처럼 너무 좋았고, 떽떽거리면서 싸우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더 가까워졌다. 실제 웃음을 참지 못해 터진 장면이 영화에 그대로 들어가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또 하나, 이성경의 몫 중 인상적인 장면은 날아차기로 변태를 때려잡는 장면이다. ’실제로도 변태가 나타나면 잡을 것 같다’ 묻자 이성경은 "실제로는 마음과 달리 무서울 것 같다"며 손을 가로저었다.
"실제로 지하철에서 (변태를) 만나봤어요. 만나면 얼어붙게 되죠. 아무 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그 무서움을 알아서, 영화에선 더더욱 거침없이 날았던 지혜를 통해 대리만족 한 것 같아요. 현실에선 겁도 많지만 지혜를 통해 통쾌함을 대신 맛볼 수 있었죠."
관객은 물론 이성경 스스로에게도 대리만족과 통쾌함을 안긴 ’걸캅스’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는 ’배우’ 이성경에게 깨진 균형을 잡아준 소중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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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캅스'는 침체기에 빠졌던 이성경에게 힐링을 준 작품이다. 제공|CJ엔터테인먼트 |
특히 힘이 됐던 건 라미란의 ’츤데레’였다. "잘 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 되서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힘든 적이 있었어요. 그 때 라미란 선배님이 툭툭 치시는데, 내가 작아져 있는 걸 느끼셨나? 싶더라고요. 나에겐 한없이 대선배님이신데 후배 마음까지 신경써주신다는 것에서 많이 놀랐어요. 그렇게 신경써주시는 따뜻함이 너무 감사하고, 위로가 됐어요."
주위 배우들에 대해선 입이 마르도록 극찬했지만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유독 ’짠’ 이성경. 스스로 돌아본 자신은 어떤지 묻자 그저 "최선을 다 해 진심으로 하려고 노력했지만"이라며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긴장만 된다"고 말했다.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워낙 높은 탓이다.
"’잘 하지도 못하면서 기준만 높다’는 얘기를 많이 듣긴 해요. 하지만 언제라도 돌이켜봤을 때, 내가 (궁극에) 70밖에 못했더라도 그 때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그걸로 후회 없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자는 거, 평상시 제 모토이기도 해요."
까칠하거나 도도하거나, 때로는 무심하고 털털해보이지만 이 모든 이미지는 이성경 아닌 ’캐릭터’의 모습에 더 가까운 지점이다. 실제로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며 모든 순간, 모든 현장에서의 고충을 털어놓을 정도로 여린 면모를 보이기도. 그러면서도 이성경은 "스스로에게 점수를 잘 안 줘 힘들기도 하지만 걱정, 근심이 좋은 실행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기도 해서 중요한 것들 위주로, 생각의 방향을 잘 잡아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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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심을 담은 연기로 관객 앞에 나선 이성경이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제공|CJ엔터테인먼트 |
"근 5년 동안 열심히 하면서, 정신없이 시간이 지난 것 같아요. ’걸캅스’ 개봉을 앞두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아쉬운 것도 많이 보이죠. 물론 그 땐 무지했기 때문에 아쉬운 줄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 했는데, 이젠 조금 더 보이는 게 많아진 만큼, 여운을 주는 배우,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언어라든지 여러가지를 배우며 기본기를 다지는 훈련도 하고 있죠. 다시 처음으로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새로운 챕터의 시작을 위해 재정비하고, 리셋하는 기분이랄까요?"
이성경이 언급한 ’여운’은 특별히 대단한 건 아니다. "누군가에게 공감이나 위로가 여운으로 남을 수 있고, 생각없이 웃고 나와 힐링되는 여운이 있을 수도 있죠. 작품마다, 캐릭터마다 보는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여운은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메시지가 아니라, 그저 제가 출연한 작품을 보고 남는 게, ’온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요."
’걸캅스’를 통해 듣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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