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의 국적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가 이끌 미래창조과학부는 첨단 국가 과학기술과 기초 R&D를 모두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입니다.
이런 자리에 과연 이중국적을 가진 사람을 앉히는 게 바람직하냐는 논란입니다.
김종훈 후보자는 지명을 받은 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종훈 / 미래부 장관 후보자(2월17일)
- "이 일(미래부 장관)을 하기 위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조건(미국 시민권 포기)이기 때문에, 한 번 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모든 것을 다 처리하고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렇게 했습니다. (가족들의 시민권도 포기하나?) 아닙니다, 저만 합니다."
김 후보자는 장관 지명 전 국적 회복 신청을 해 어제 법무부가 발행한 관보에 한국 국적 취득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국 국적을 회복했지만, 1년 이내에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이중 국적자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면 1천억 원에 달하는 세금도 내야 합니다.
김 후보자는 이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는 겁니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하려고 말입니다.
미래부 장관 자리가 그모든 것을 포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이 정도면 그의 애국심과 진정성을 믿어줄 만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김 후보자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미 해군 잡지와 인터뷰에서 '군 복무는 완전한 미국인이 되는 통과의례였다. 미 해군 복무를 통해 나는 진짜 미국인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해군에 입대해 미 핵잠수함에서 7년간 군 장교로 복무했습니다.
벨 연구소 CEO로 있던 지난 2010년 미국의 한 언론과 한 인터뷰를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종훈 / 미래부 장관 후보자(2010년 9월)
- "나는 이 나라(미국)가 나에게 이미 많은 것을 줬고, 그것을 돌려줘야 한다고 느꼈다. 내가 80살이나 60살쯤 됐을 때 그것을 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해군에 입대해 이 나라에 봉사하면서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절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미 핵잠수함에서 7년간 해군으로 복무했다."
게다가 김 후보자는 벨 연구소 소장 재직 시 미 중앙정보국 CIA의 외부 자문위원회 비상임위원을 4년간 지내기도 했습니다.
1999년 CIA가 설립한 인큐텔이라는 회사에서 이사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김종훈 후보자는 미국의 국익을 중시하는 '진짜 미국인'이었는지 모릅니다.
김 후보자는 해명 자료를 통해 이런 경력이 장관직 수행의 결격 사유는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미래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김 후보자의 국적 문제를 놓고 시끄럽습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의 말을 차례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한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2월20일)
- "박근혜 당선인은 일자리 만들 수 있는 조직 만들고, 또 훌륭한 인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인물을 미국에서 모셔다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보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 핵심이 미래창조과학부입니다."
▶ 인터뷰 : 박홍근 / 민주통합당 의원(2월18일)
-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보보안과 기술 보호가 중요한데, 이런 수장으로 미국의 기업을 대변해온 김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국가 차원의 기술을 총괄하는 분으로 공무원 임용에 위반될 사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통합당 소속의 박원순 서울시장은 다른 말을 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하고 있는 박 시장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글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종훈 씨만이 아니라 외국의 훌륭한 인재가 있다면 한국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종훈 후보자 논란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해외 과학자들을 대거 영입해 산업화와 과학기술의 토대를 닦았던 것을 연상케 합니다.
우리에게도 좋은 인재가 있고, 국가 간 무한 경쟁이 벌어지는 오늘날과 그때 상황은 다르다고 얘기해야 할까요?
1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미국인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김 후보자.
그리고 장관이 되면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일하겠다는 그의 각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후보자는 장관 지명을 받던 날 장관이 된 후 미국과 한국의 국익이 충돌하는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즉답을 피했습니다.
김 후보자가 인생 이력 면에서 안철수 전 후보와 여러모로 닮은 데다 대항마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터라, 국민이 김 후보자를 어떻게 볼지, 또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지가 무척 궁금해집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