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전당이 토월극장을 리모델링 하면서 관련법을 무시한 채 턴키입찰을 강행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턴키입찰을 하다 보니 무대설비도 경쟁이 아닌 하도급 형태로 주게 돼, 이 역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성훈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토월극장.
다양한 공연을 할 수 있는 연극 전용 공간으로, 시설이 낡아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사비 245억 원의 리모델링 공사를 계획했습니다.
예술의전당은 지난 5월 이 공사를 설계·시공 일괄입찰, 이른바 '턴키입찰'로 발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예술의전당이 관련법을 무시한 채 스스로 입찰 방식을 결정했다는 것.
기타 공공기관이 300억 원 미만의 공사에서 턴키입찰을 하려면 '국가계약법'에 따라 국토해양부의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심의는 없었습니다.
▶ 인터뷰(☎) : 국토해양부 관계자
- "찾아봤는데 없네요. 예술의전당에서 올라온 것은 없네요. (예술의전당이 직접 심의를 올린 게 없나요?) 네, 그 건으론 없어요."
이에 대해 예술의전당 측은 입찰을 서둘러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합니다.
▶ 인터뷰(☎) : 예술의전당 관계자
- "생각 못한 부분도 있어요. 만약에 (심의를) 했으면 한참 걸렸을 겁니다. 고의로 누락했다는 것은 아닌데…"
턴키 입찰을 하다 보니 전체 공사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무대설비 공사를 건설사가 도맡게 되는 것도 논란의 대상입니다.
'무대설비'는 중소기업 간 경쟁품목으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법'에 따라 중소기업자 간 경쟁입찰을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토월극장과 비슷한 규모의 무대설비 공사는 대부분 중소기업자 간 경쟁입찰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 인터뷰 : 서상범 /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
- "중소기업 간 경쟁품목으로 규정돼 있는 무대설비를 일반 건설사 간의 턴키계약 방식으로 체결하는 것은 기획재정부가 국가계약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계약법을) 기타공공기관에 준용하도록 한 취지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예술의전당은 그러나 높은 수준의 공사를 하기엔 국내 업체들이 영세하고 능력이 부족해 믿고 맡길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예술의전당 관계자
- "우리나라 무대업체들이 굉장히 영세합니다. 자본금이 몇십 억 수준이고 재정구조가 취약해서…"
이에 대해 국내 무대설비 전문업체의 생각은 다릅니다.
▶ 인터뷰 : 이영배 / (주)한국무대기술연구원 대표이사
- "토월극장은 극장 규모로 봤을 때 대한민국에서 중간 수준밖에 안 됩니다. 국내기술 뛰어나면 뛰어났지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 스탠딩 : 이성훈 / 기자
- "현재 토월극장 공사를 두고 4개의 건설사가 경쟁하고 있는 상황. 석연치 않은 입찰로 불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MBN 뉴스 이성훈입니다."
[sunghoo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