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수천 점을 국외로 밀반출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은밀하고 복잡한 방법이 아니라, 그냥 보란 듯이 국제 우편으로 보냈습니다.
이 정도면 간이 커도 보통 큰 게 아니었네요.
정설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한 남성이 수레를 밀면서 우체국에 들어옵니다.
능수능란하게 가져온 물건을 택배 박스에 담습니다.
이 남성이 중국에 보내는 건 책 20여 권.
그런데 절반은 보통 책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 고서적 9권을 끼워넣은 겁니다.
52살 유 모 씨가 월 80만 원을 받고 빼돌린 문화재는 무려 3천5백 점.
▶ 스탠딩 : 정설민 / 기자
- "유 씨는 보안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이처럼 일반서적 사이에 고서적을 끼워넣어 포장했습니다"
문화재로서 가치가 비교적 낮은 고서적 등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렸습니다.
▶ 인터뷰 : 유 모 씨 / 피의자
- "(중국의 판매총책이) 구입해달라고 목록을 보내오면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가서 구입을 해주고…."
유 씨 등은 국제택배나 화물을 보낼 때 X레이 등 보안 검색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했습니다.
실제 보안검색에서 일반서적은 밤색이고, 페이지 사이 밀도가 낮은 고서적은 주황색으로 나타나지만 120차례가 넘게 무사 통과됐습니다.
유출된 문화재 가운데 74점은 회수했지만, 가치가 높은 조선 정조 때의 '어정주서백선' 등은 이미 유통돼 찾을 길이 없습니다.
▶ 인터뷰 : 정제규 / 문화재청 문화재 감정위원
- "1700년대 후반에 해당하는 자료들이 많습니다. 이 자료들이 계속 유출된다면 그 시기에 대한 연구가 더이상 이뤄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경찰은유 씨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문화재 반출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MBN뉴스 정설민입니다. [jasmine83@mbn.co.kr]
영상취재 : 임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