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되면서 그 누구보다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오래되고 낡아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한 집에 사는 사람들의 얘깁니다.
박준규 기자가 직접 만나봤습니다.
【 기자 】
서울 정릉동의 한 아파트.
콘크리트벽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 갈라져 있고, 붉게 녹슨 철근은 오랜 세월을 짐작케 합니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08년 위험 구역으로 지정돼 주민 대피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식당 일을 해 이 집을 장만한 뒤 37년 째 살고 있는 주 모 할머니.
태풍과 장마철을 앞두고 잠자리 안전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처음엔 손사래를 쳤지만, 이내 속마음을 꺼내 놓습니다.
▶ 인터뷰 : 주 모 씨 / 서울 OO아파트 주민
- "걱정이 되고, 스트레스 받고, 돈은 없고, 자존심도 상하고 그래서 나갈까 그러다가도 (돈을) 갚을 길이 없으니까 나가면 뭘로 갚나…."
▶ 스탠딩 : 박준규 / 기자
- "여전히 주민들이 살고 있지만, 이곳에 출입하면 처벌이 따른다는 경고 스티커가 집집마다 붙어 있습니다."
서울 노량진동에 있는 한 시장 건물도 사정은 마찬가지.
붕괴를 막기 위한 쇠기둥이 곳곳에 박혀있고, 조명 장치가 없는 시장 안은 낮에도 칠흙같이 어둡습니다.
위험한 건물인 탓에 점포 대부분이 빠져 나갔지만 이곳에서 40년째 순댓국집을 운영한 강운식 할아버지는 떠날래야 떠날 수가 없습니다.
▶ 인터뷰 : 강운식 / 서울 OO시장 상인
- "영세 상인이 주저앉고 있는데 돈이 있으면 이런 노후한 데서 장사를 하겠습니까. 아주 영세 상인만 와 있어요."
건물안전점검에서 D등급과 E등급을 받아 '재난 위험 시설'로 관리되고 있는 건물은 서울에만 214곳.
각 구청은 E등급 건물 주민들을 찾아가 즉시 나갈 것을 요구만 할 뿐,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마땅한 이주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서울 성북구청 관계자
- "자기 집을 자기가 관리를 안 해서 그런 것을 그런 사람들마다 집을 지어주거나 그런 것은 지양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더 이상 남을 수도 떠날 수도 없는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져 갑니다.
MBN 뉴스 박준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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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유용규 기자
영상편집 : 이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