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 병원에서 망막박리 증상으로 의료용 가스(C3F8·과불화프로판)를 주입하는 눈 시술을 받은 환자들이 잇따라 실명(失明)하자 해당 증상과 치료 시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망막박리 증상을 치료하는 데 왜 C3F8 가스가 사용되는 것일까.
지모(60·여)씨와 이모(40)씨, 홍모(62)씨는 지난 1∼2월 망막박리 증상 때문에 제주대병원을 찾아 눈에 C3F8 가스를 주입하는 시술을 받았습니다.
시술을 받은 직후 지씨와 이씨는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고 홍씨에게서는 시력저하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들 피해자의 증상인 망막박리는 망막층이 찢겨 망막 일부 또는 전부가 안구벽과 분리돼 떨어지는 현상입니다.
망막은 안구의 가장 안쪽을 덮은 투명한 신경조직으로 망막에 도달한 많은 시각 정보를 시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하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망막을 카메라 필름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망막이 안구벽에서 이탈되면 일부 광신호가 뇌에 전달되지 않아 시야에서 날파리나 검은 점, 그림자 등이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이상 증상이 나타납니다.
실제로 피해자 중 가장 먼저 제주대병원을 찾은 지씨는 "왼쪽 눈에 날파리 같은 게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여 덜컥 겁이 났다"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제주대병원 담당의 2명으로부터 C3F8 가스를 눈에 주입하는 시술인 기체망막유착술을 받았습니다.
망막박리 치료를 위한 시술에는 공막돌륭술, 유리체 절제술, 기체망막유착술 등이 있는데 담당의는 피해자들에게 기체망막유착술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안과 전문의 등에 따르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시술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데 필요에 따라 한가지 시술법만 시행하거나 2가지 시술법을 함께 적용해 치료하기도 합니다.
피해자들이 받은 기체망막유착술은 안구 중앙부위에 가스 방울을 주입해 팽창하는 가스의 힘이 분리된 망막을 다시 안구벽에 붙도록 하는 시술 방법입니다.
안구는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접착제로 망막을 안구벽에 붙일 수도, 실로 꿰매 고정할 수 없어 가스의 팽창하는 힘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시술에는 C3F8 또는 SF6(육불화황) 가스가 사용되며 안구에 주입된 가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합니다.
가스를 주입하는 양과 깊이 등 시술자의 숙련도 등이 시술 성공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며 성공률은 85%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시술에 사용되는 가스는 의료시술 외에 주로 산업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C3F8은 반도체 제조 공정 등에, SF6는 높은 절연 특성이 있어 가스 절연변압기나 배전반 등에 절연체로 사용되며 이산화탄소와 함께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가스는 안구에 직접 주입되는 가스임에도 현재 '의료용 고압가스'로 분류돼 있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의료법상 의사가 학술연구나 논문 등을 근거로 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식약처에서 허가한 의약품이 아니더라도 사용할 수 있
모 안과 전문의는 "문제가 된 시술(기체망막유착술)은 30년 가까이 전 세계적으로 사용돼 왔으며 현재까지 많은 망막박리 환자들이 해당 시술법을 통해 시력을 되찾고 문제없이 생활하고 있다"며 "최근 불거진 사고의 원인은 알 수 없지만 그로 인해 필요한 시술을 하지 못하게 되는 등 의료계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