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춘식 "천경자 화백 '미인도', 그림 그린 기억 없다…천 화백에게 죄송"

↑ 사진=연합뉴스

위작 파문이 인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과거 자신이 그렸다고 주장해 온 권춘식(69) 씨가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권 씨는 3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1978년 위작 의뢰자에게 3점을 그려줬는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내 스스로 미인도와 착각해서 말한 것 같다"며 "이때 '내가 직접 그렸다'가 아니라 '그린 것 같다'고 여지를 뒀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 관련 사건을 다룬 방송 취재를 접하다 보니 미인도의 크기가 매우 작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림이 낯설었고 그렇게 작은 그림을 그린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당시 검사가 복사본을 보여준 것 같은데 국립현대미술관 것(미인도)도 내가 한 걸로 뭉뚱그려 말해서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옛날 사건 중 생각나는 게 그것밖에 없었고, 언론의 동정을 받고 싶었다고나 할까"라고 말을 이었습니다.

권 씨는 문제의 미인도를 "내가 그린 게 아니다"라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그는 기존 주장을 번복한 배경으로 "내가 생각한 대로 스스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방송에 위조범으로만 나오니 부담이 됐다"며 "그간 논란에 시달렸는데 이제 그만 (논란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천 화백의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는 질문에 "문제를 만들고 혼선과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천 선생에게도 어쨌든 항상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권 씨가 스스로 미인도의 위작 사실을 부인함에 따라 지난해 10월 천 화백 사망 이후 다시 가열된 미인도 파문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권 씨는 물론 당시 검찰 수사의 신뢰성마저 근본적으로 의심을 받게 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 권 씨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최순용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공개 강연에서 "최소한 내 개인 생각은 그때 권 씨의 태도나 진술, 그 사람의 실력으로 봐선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며 "위조된 게 맞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미국 메릴랜드주 몽고메리대 교수는 지난 2월 이 작품을 소장한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자 "유족으로서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친생자 확인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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