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3명 주민 잇따라 관사찾아 짐승으로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3명 주민 잇따라 관사찾아 짐승으로

↑ 섬마을 여고생/사진=MBN

조용했던 섬마을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초등학교 학부모와 이웃들이 20대 새내기 여교사에게 술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관사로 데려가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의자들은 학부모와 교사, 작은 섬마을의 삼촌·아버지 연배 이웃이라는 신뢰 관계를 악용해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이들은 "여교사를 챙겨주려고 갔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며 사전공모 가능성을 부인하고 일부는 성폭행 혐의 자체를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장에서 명백한 성폭행 증거가 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피해 여교사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병가를 내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만취 여교사 챙겨주려고 관사갔다면서"…금수로 돌변한 주민들

토요일인 지난달 21일 오후 6시께.

전남 한 섬마을 선착장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49)씨는 육지에서 나갔다가 관사로 돌아가기 전 저녁 식사를 하러 가게를 찾은 20대 여교사를 반갑게 맞았습니다.

지인들과 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하고 있던 A씨는 지난 3월 섬 발령 이후 자신의 가게를 종종 찾아 식사를 한데다 며칠 전 학부모 모임에서도 얼굴을 봤던 여교사에게 친한 체를 하며 술을 권했습니다.

여교사는 다음 날 섬 일대 여행 계획 때문에 거절했지만 A씨와 서로 삼촌-조카라고 부르며 지내던 B(35)씨 등 일행들까지 술을 강권하면서 인삼주를 10잔 넘게 마시고 정신을 잃었습ㄴ디ㅏ.

A씨는 오후 11시가 넘어 여교사를 2km 떨어진 초등학교 관사로 데려다 주겠다며 차에 태웠습니다.

관사에는 총 4명의 교사가 거주하지만 보통 주말이면 육지로 나가는 바람에 텅 비는데 이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식당에서는 쓰러진 여교사에게 담요를 덮어주며 챙겨주던 A씨는 관사에 도착하자마자 금수로 돌변했습니다.

이어 B씨가 "선생님이 휴대전화를 놓고 갔다"며 A씨의 뒤를 쫓아 왔습니다.

B씨는 "관사 주변까지 찾아갔으나 위치를 정확하게 몰랐다"는 이유로 관사 주변을 서성이다가 A씨의 차가 동네 어귀로 빠져 나오자 관사를 향해 갔습니다.

A씨는 B씨가 관사 쪽으로 가는 모습을 보고 마침 이웃인 C씨로부터 전화가 오자 "관사에 좀 가보라"고 말한 뒤 자신은 가게로 가 문을 닫았습니다.

C씨는 관사 방 안에 있는 B씨를 발견하고 내보냈습니다.

그러나 A씨 부탁을 받고 여교사를 지키기 위해 갔다던 C씨 역시 인면수심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B씨는 C씨가 떠난 후 다시 돌아와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 경찰 신고…침착한 대처로 성범죄 피해 '골든 타임' 내 증거 채취

22일 새벽 2시가 조금 넘어 정신이 든 피해 여교사는 이상을 감지하고 즉시 경찰 112 종합상황실에 신고했습니다.

의식이 희미한 상태에서 피해를 당했지만 경찰이 사건 직후 현장에 있던 이불과 옷을 수거하고 여교사도 몸을 씻어내지 않고 이날 오전 첫배로 바로 육지의 병원으로 가 체내 DNA 채취에 협조해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증거 확보의 '골든타임'은 정액의 생존 시간을 감안해 피해 발생 72시간 이내로 보며 2차 피해 예방을 위해서도 피의자의 접근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찰은 성범죄 전담 수사 인력을 섬에 급파해 피해자 진술과 식당·관사 인근 거리 CCTV 화면 등을 통해 피의자 3명을 입건했습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교사의 신체를 만졌지만 강간하진 않았다"고 주장했고 C씨는 성추행·성폭행한 사실이 없다며 전면 부인했습니다.

B씨는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피해자에게서 채취한 DNA를 검사한 결과 B씨와 C씨의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불에서 A씨의 체모 등도 함께 발견됐습니다.

C씨는 지난 1일 오후 DNA 검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혐의를 부인하거나 술에 취해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진술을 반복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주요 증거를 보강해 지난 4일 이들 3명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A씨에게는 성특법상 주거침입 유사강간 혐의가, B·C씨에게는 성특법상 주거침입 준강간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 경찰 "공모 가능성 추가조사", 교육청 "낙도 여교사 거주 실태 점검"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한 네티즌이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게시글이 계기가 됐습니다.

'피해자의 남자친구'라고 밝힌 네티즌은 사건 발생 이튿날인 지난달 23일 온라인상에 피해 내용과 법적 자문 요청 등을 담은 글을 올렸습니다.

현재는 삭제된 이 게시물에는 '학부형 등이 술을 먹기 싫다는 여자친구에게 강제로 술을 권해 취하게 하고 윤간했다. 학교 측이 사건을 쉬쉬하려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범행을 입증할 현장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보고 별도의 현장검증 없이 C씨에 대한 추가조사와 사전 범행 공모 여부, 사건 현장·주변 사진 등 자료를 보완 조사해 검찰에 구속 송치할 방침입니다.

피해 여교사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보여 병가를 내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목포경찰서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피해자가 원활하게 치료를 받고 사회에 가능한 한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신원·상태를 상세하게 알리거나 사건과 무관한 내용, 자극적인 내용 등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보도 및 내용 전파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전남도교육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낙도·오지에 근무하는 여교사들의 거주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도서지역 교사들이 거주하는 학교 관사 대부분이 별도 경비인력 없이 교직원들이 직접 관리하는 데다가 주말에는 관사가 비어있는 경우가 많아 범죄에 취약한 상황입니다.

관사에 따로 CCTV 등 보안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도 거의 없습니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전체 교원 중 여교사 비율이 높아 여교사들이 낙도·오지 근무에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만큼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문제점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