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성폭행·협박에 폭행까지…무속인 범죄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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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속인 범죄/사진=연합뉴스 |
서민의 약점을 노린 무속인 범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빈곤이나 질병 등에 시달리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온 약자들을 성폭행하거나 거액을 뜯는 등 범죄유형도 다양합니다.
장기 불황 여파로 무속인을 찾는 서민이 늘어나고 있으나 단속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습니다.
민간 신앙이라는 이유로 경찰이 개입을 꺼리는 데다 대다수 피해자가 법률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무속인 범죄도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는 만큼 피해자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경찰은 주문했습니다.
◇ 폭행·사기·성폭행…무속인 범죄 '빈발'
강원 접경지역 군부대에 근무하는 한 부사관 부인은 '굿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편 후임 부사관 아내를 무차별적으로 감금 폭행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경찰은 최근 육군 모 부대 부사관 부인인 A(41·여·무속인) 씨 등 2명을 특수 중감금 치상 혐의로 구속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또 이를 방조한 혐의(특수 중감금 치상 방조)로 A씨의 남편(45)을 군 헌병대에 넘겨 조사하도록 했습니다.
피해 여성 B씨(31)와 평소 언니, 동생으로 알고 지내던 A씨는 피부 미용을 배우고 싶어하는 B씨에게 "200만원이면 굿도 하고 잘 아는 동생을 통해 피부 미용 기술도 배울 수 있게 해 주겠다"고 권했습니다.
당장 돈이 없었던 B씨는 차일피일 확답을 미뤘고, 답답했던 A씨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로 B씨를 불러들여 2박 3일간 함께 지내며 집요하게 설득했다. 굿 등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빚어진 손해가 1천200만원에 이르는 만큼 이를 갚으라고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B씨가 말을 듣지 않자 A씨는 '귀신이 씌었다'며 무속용품인 '오방기' 등으로 마구 때리고, '귀신을 쫓는다'는 이유로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던졌습니다. 목에 줄을 매 끌고 다니기까지 했습니다.
폭력을 견디다 못한 B씨는 친정에서 은행 통장으로 보내 준 50만원을 주고서야 A씨 집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B씨는 전치 6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B씨의 피해 진술과 A씨 집 엘리베이터 CC(폐쇄회로)TV 등을 통해 감금 폭행을 확인한 경찰은 A씨를 구속했습니다.
천안 광덕면에 사는 C씨는 2007년 초 우연히 집에 놀러 온 무속인(61·여)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미국에 사는 친구 D씨가 보내온 크리스마스카드에 붙은 가족사진을 본 무속인이 D씨의 둘째 아들이 단명할 것 같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자 걱정이 된 C씨는 결국 친구에게 국제전화를 했습니다.
'잘 아는 용한 무당이 그러는데 둘째가 일찍 죽는다더라. 어떻게 하면 좋니? 궁금하면 전화하라고 하더라"라며 무속인의 전화번호를 가르쳐줬고, 친구는 찜찜한 마음에 무속인에게 전화했습니다.
무속인은 "당신 아들이 곧 죽게 될텐데 액운을 쫓아내려면 초를 켜고 굿을 해야 한다"며 그해 2월 촛값으로 5만원, 굿값으로 200만원을 손에 넣었다. 이때부터 고민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며 무속인의 못된 짓은 8년을 이어갔습니다.
걸핏하면 고민을 상담해주는 척하면서 '남편이 직장에서 잘릴 괘다', '이혼할 것 같다'는 등의 이유로 매번 더 큰 규모의 굿판을 벌일 것을 요구했고, 한 차례에 5천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의 굿판은 2014년 여름까지 8년 동안 무려 150여 차례나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쏟아 부은 돈만 5억2천여만원에 달했습니다.
해도해도 끝나지 않는 무속인의 끈질긴 굿판 요구에 D씨 가족은 결국 지난해 12월 고소를 했고, 경찰은 "굿을 하지 않으면 나쁜 일이 닥칠 것처럼 수시로 현혹하고 상식을 뛰어넘는 거액의 굿값을 요구한 경우 사기성을 인정해 처벌한다"며 이 무속인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사기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아들의 여자친구인 20대 장애인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무속인은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인천지법 형사13부(김진철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장애인 강간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52)에 대해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습니다. 이 무속인은 지난해 3월 5일 오전 11시 30분께 인천에 있는 집 거실에서 아들의 여자친구(25)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던 중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고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 무속신앙에라도 기대보자…불경기 벼랑에 몰린 서민들
무속인 말을 듣고 한 일로 형사 입건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한 남성(46·자영업)은 무속인으로부터 현재 타고 다니는 자동차 번호가 사주팔자에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과거 마음에 들지 않는 번호가 달린 차량을 몰다가 큰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던 이 남성은 최근 사업도 잘되지 않자, 어이없는 궁리를 하고 말았습니다.
차 번호판을 떼어낸 뒤 도난당했다고 하면 새 번호판을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습니다.
이 남성은 결국 거주하던 안산시 단원구 빌라 1층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SUV 차량에서 번호판을 떼어냈고, 112로 전화를 걸어 "누군가 차 번호판을 훔쳐갔다"고 신고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주차장 바로 옆에 달린 CCTV 영상을 통해 이 남성의 자작극을 확인하고, 추궁했습니다.
이 남성은 "사주팔자에 좋지 않다고 해서 번호판을 바꿀 요량에 떼어낸 뒤 허위신고했다"고 자백했고, 결국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로 형사입건됐습니다.
여성 속옷을 훔쳐 입고 로또를 사면 1등에 당첨된다는 무속인 말을 믿고 상습적으로 속옷을 훔친 50대 가장도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실한 사업체 사장이었던 한 남성(59)은 지난해 11월 운영하던 건설업 관련 사업이 망하면서 인생의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이 남성은 사업이 부도난 뒤 이혼까지 하게 됐고, 근근이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을 하며 딸과 함께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계속해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나자 지난해 11월 답답한 마음에 한 점집을 찾았고, 그곳에서 무속인으로부터 "여성 속옷을 훔쳐 입으면 로또에 당첨돼 재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주 여성 속옷을 훔쳤고, 일용직 일을 해서 받은 일당으로 로또를 샀습니다.
한 곳에서 범행을 저지르면 꼬리가 잡힐까 봐 전주를 비롯해 완주, 진안, 김제 등 범행 장소를 바꿔가며 여성들의 속옷을 슬쩍했습니다.
잘못된 믿음으로 시작된 범행은 그렇게 20번이 넘게 이어졌지만, 무속인이 했던 말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이 남성은 결국 지난 3월 28일 속옷을 훔치러 들어간 한 가정집에서 속옷이 아닌 돈에 손을 댔다가 꼬리를 잡혔습니다.
전북 군산경찰서는 이 남성을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양문상 대전 유성경찰서 형사과장은 "민간 신앙 영역이라는 점 때문에 형사처분 대상으로 쉽게 인정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굿을 실제로 하지 않았거나 지나친 굿 값을 요구하면 처벌하는 추세"라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무속신앙에라도 기대보려는 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전문가는 지속하는 경제불황에 따라 심적으로 위축됐더라도 객관적 증거가 없는 무속 행위 등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무속인들이 성폭행하거나 범죄 배후로 인정돼 중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무속인 범죄가 급증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법
이어 "심리적으로 위축되더라도 무속신앙을 신봉하는 게 현실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객관적으로 볼 때 굿을 하지 않아서 발생하고, 굿을 해서 발생 안 하는 게 아닌 만큼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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