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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김정훈(맨앞줄 왼쪽 네번째)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비롯한 민갑룡 서울청 차장(뒷줄 가운데) 등 경찰직원들과 함께 22년간 조리사로서 직원들의 식사를 챙겨왔던 기간제근무자 김동숙씨의(앞줄 왼쪽 다섯번째) 퇴임식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 = 서울지방경찰청] |
전국 일선학교의 영양사·조리사 등 비정규직 직원들이 일제히 총파업에 돌입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서울지방경찰청 1층 로비에선 서울청 역사상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첫 퇴임식이 열렸다.
퇴임식 주인공은 서울경찰 구내 식당에서 지난 22년간 서울청 직원들의 매 끼니를 챙겨왔던 '식당 아줌마' 김동숙(66·조리사·주무관)씨. 그러나 직원들은 김씨를 '아줌마' 대신 '김여사님'으로 불렀다. 김씨 역시 젊은 직원들을 아들처럼 부르고 아들에게 챙겨주는 밥상처럼 한끼 한끼 정성으로 식사를 준비했다. 서울청 직원들은 "식당에서 말을 많이 하시지는 않지만 늘 식사를 식판에 떠 주시면서 '맛있게 드시고 힘내고 건강하세요'란 덕담을 잊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경찰청엔 대부분 정규직 중심이어서 김씨와 같은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 직원은 식당·카페 등에서 일하는 극소수다. 지금까지 기간제 직원이 퇴직할 때 소속 부서 차원에서 '감사인사'를 전한 적은 있지만 이날처럼 경찰퇴직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퇴임식을 치뤄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퇴임식은 김정훈(54) 서울청장 아이디어였다. 퇴임식 장소도 퇴직경찰들이 모여 기념촬영하는 공개장소인 1층 로비에서 열렸고 경찰 내에서 직접 김씨에 대한 추억을 회고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기념식에서 보여주고 김씨에게 선물했다. 직원들의 건강한 밥상을 챙겨준 공로에 대한 감사표시로 청장 명의의 표창장과 함께 서울청 직원들이 직접 준비한 감사패도 김씨에게 줬다. 서울청 악대부의 축하공연은 '덤'이었다.
김 청장은 직접 낭독한 송별사 서두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로 시작했다. 김 청장은 "업무를 하다 보니 경찰관, 행정관, 주무관 등으로 여러 직급 직위로 나뉘어 있지만 모두가 똑같은 서울경찰 가족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서울경찰 구성원으로써 애써주신 노고에 진심어린 감사와 존경의 박수를 보내 드린다"며 " 늘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원 드린다"고 김씨의 건승을 기원했다.
김씨는 퇴임식 중 이따금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수십년 고락을 같이한 직원들과 이별의 아쉬움과 함께 전혀 예상치 못했던 훈훈한 환송에 감격이 벅차 올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식당에서 근무하는 보잘 것 없는 저에게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이어 김씨는 "제가 20년 넘게 한 것은 그저 젊은 의경들에게는 우리 아들 밥상을 차려 줄때의 마음으로, 저와 비슷한 동년배 직원들에게는 우리 남편 식사를 챙겨주는 것처럼 늘 따뜻한 밥 한끼가 하루 살아갈 '힘'이 됐으면 하는 기도였다"며 "비록 이제 떠나지만 우리 직원들이 늘 건강하기를 빌겠다"고 전했다
김 청장은 "이번 퇴임식을 계기로 서울경찰은 앞으로도 힘들고, 크게 주목받지 못하면서도 헌신적으로 수고하는 직원들에게 더욱 따뜻한 관심을 갖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직급·직위 상관없이 이웃을 끌어 안을 수 있는 경찰이야 말로 새로운 경찰의 미래"라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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