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7)에게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이 사건이 기소된지 4년 10개월만에 최종 판결이 내려졌다.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61)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60)도 각각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2년 6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원 전 원장 등은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을 동원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정부여당을 지지하고 야당을 반대하는 댓글 등을 남겨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2013년 6월 기소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댓글 활동 등이 국정원 직원의 직위를 이용한 정치관여 및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심리전단 직원들과 공모해 불법 정치활동을 지시하고 보고 받았다고 판단해 국정원법 및 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은 엄격한 상명하복 관계가 존재하는 정보기관으로 직원들은 원장과 상급자들로부터 순차로 하달 받은 업무상의 지시·명령에 복종해 그 업무를 수행하고 처리 결과를 상급자와 원장에게 보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로 수행한 사이버 활동을 직원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일탈행위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원 전 원장이 내부회의에서 직원들에게 여당의 정책성과를 홍보하고 야당과 소속 정치인의 주장을 비판·공박할 것을 지시한 것은 직원들에게 업무지침이 됐다"고 덧붙였다.
대선 당시 국정원의 불법 정치 개입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사이버여론전을 지속한 것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정치권 등 외부에서 불법 선거운동 의혹이 제기돼도 직원들의 활동을 점검·단속하는 대신 홍보활동 등을 계속해 나갈 것을 요구했다"며 "원 전 원장은 업무 수행을 계획적으로 조종하거나 촉진했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김창석(62·사법연수원 13기)·조희대(61·13기)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민 전 단장과 달리 원 전 원장과 이 전 차장이 대선 관련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고 보고 받았는지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없고, 선거운동 관련 공모를 증명할 직접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또 "원 전 원장은 대선후보들의 출마선언이 시작될 무렵부터 선거개입 금지를 반복 지시했고, 사이버활동의 규모가 조직적 개입으로 보기는 미미한 점 등은 공모 여부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앞서 4차례 법원 판단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유·무죄 인정 여부가 엇갈렸다. 1심에서는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가 인정됐지만 2심에서는 선거법 위반 혐의도 함께 유죄로 판단했다.
이후 2015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이메일에 첨부된 '425지논'과 '시큐리티'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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