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전북의 베테랑 수문장 최은성은 축구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가 가장 사랑하고 그를 가장 사랑하는 아내에게 바보라 불리는 사람이다. 바보처럼 축구만 바라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아내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사람이다.
1997년 입단해 오직 대전의 수호신으로 살아가다 2012시즌을 앞두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출 통보를 받은 최은성은, 아내를 비롯한 지인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 때도 그저 침묵했다. 그러다 전북이 손을 내밀어 다시 ‘진행형 전설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되자 그저 “지금은 모든 것이 고마울 뿐이다. 축구를 한다는 자체만으로 그저 행복하다”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귀감이 될 ‘축구바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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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축구밖에 모르는 ‘축구바라기’이자 ‘축구바보’인 최은성에게는 꿈이 있다. 바로 우승이다. 이제 그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한 계단 하나가 남았다. 사진= MK스포츠 DB |
지난해 여름, 전북에서의 새로운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됐을 때 만난 최은성은 “솔직히, 우승은 꼭 해보고 싶다. 다른 팀 우승하는 것만 봐왔는데 너무 부러웠다”는 바람을 전했다. 축구는 단체스포츠다. 홀로 아무리 잘해도 한계가 있다. 최은성이 그랬다. 커리어 내내 소속팀이라고는 대전 밖에 없었던 최은성이 정상에 오를 길은 요원했다.
그나마 딱 한 번 찾아왔던 행운도 불운 때문에 빗겨갔다. 대전이 놀라운 투혼으로 2001년 FA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나 정작 마지막 순간 최은성은 없었다. 부상으로 병원에서 TV로 동료들의 세리모리를 지켜봐야했다. 그런 기억이 남아서일까. 프로경력 17년차인 최은성에게 우승은 너무도 간절한 소망이다.
그는 “동료들과 무엇을 함께 이뤘을 때의 희열은 혼자서 이룬 것과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개인운동이라면 머리 깨지더라도 한 번 해보겠는데 단체운동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잖는가”라면서 “우승트로피, 꼭 한 번 들어보고 싶다”라는 진지한 꿈을 전했다. 그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 이제 마지막 계단 하나를 남겼다.
전북은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포항스틸러스와 ‘2013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을 치른다. 최은성은 당연히 골키퍼 장갑을 끼고 전주성의 수호신으로 출격한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저 아저씨(최은성)는 무슨 헬스 트레이너 같다. 아직도 몸이 고무공처럼 탄탄하다”면서 “골키퍼가 가만히 서 있으면 되는 것 같지만 탄력이 떨어지면 생명은 끝이다. 저 아저씨는 저렇게 관리를 하니 아직까지 귀감이 되는 것”이라 칭찬할 정도로 신뢰가 크다.
동료들 역시 ‘최은성을 위해’로 FA컵의 콘셉트를 잡고 있다. 팀의 둘째 형님인 김상식은 “우승을 위해 죽을 각오로 뛰겠다. 거기에 은성 형님의 간절함을 더해 경기에 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올 시즌 새로 합류한 미드필더 정혁 역시 “우승하러 전북에 왔는데 우승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모든 걸 쏟아 붇겠다”면서 “은성 형님의 우승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에 결승까지 온 것
간절하면 통한다 했다. 그 간절함이 무려 17년 세월에 녹아들었다. 그쯤 축구를 바라봤으면 이제는 통할만도 하다. 드디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누구보다 선한 웃음을 지닌 최은성이 그 환한 표정을 보여줄 수 있을지,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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