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예전에는 어떻게든지 세게 던지려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힘을 빼고 70~80%정도로 던지다 필요한 상황에서만 전력투구를 했다.”
두산 베어스의 좌완투수 진야곱에게 11일 경기는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부모님께 가장 만족스럽게, 그리고 어쩌면 처음으로 마음 졸이지 않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게 해드린 경기였기 때문이었다. 이날 진야곱은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쳐 승리투수가 됐다. 진야곱의 데뷔 이후 최다 이닝 투구이자 최다 탈삼진 기록. 데뷔 이후 최고의 역투, 소위 말하는 ‘인생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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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옥영화 기자 |
12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만난 진야곱은 “가족, 친구, 친척들 모두 할 것 없이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해주셔서 내게는 정말 뜻깊었던 경기였던 것 같다”며 “이모, 고모까지 다 연락이 왔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진야곱은 “처음으로 부모님이 경기를 보시면서 마음 졸이지 않게 해드렸던 것 같다”며 한 번 더 미소를 지었다.
사실 손에 물집이 잡히지 않았다면 8이닝 이상, 혹은 완투도 노려볼 수 있었던 페이스였다. 투구수가 87구에 불과했다. 마운드를 방문해 잠시 흔들렸던 진야곱을 다독이기도 했던 한용덕 투수코치는 과거 애제자 중 1명이었던 류현진의 구위에 빗대어 현재 구위를 설명하기도 했다.
한 코치는 “야곱이에게 ‘너 현진이 만큼 볼이 좋다’고 했더니 본인은 농담으로 듣더라. 그런데 정말 볼이 좋다”면서 “가운데로 던져도 치기 힘든 볼”이라며 진야곱의 현재 구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해당 이야기를 다시 전해들은 진야곱은 “조금은 코치님이 과장해서 말씀하신 것 같다. 자신감을 갖고 던지라는 이야기로 들었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이내 한 코치의 의견이 ‘진지하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그렇다면 앞으로는 더 자신감 있게 던져야 할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 믿음에 더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앞선 부진이 오히려 약이 됐다. 진야곱은 “지난 등판서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더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경기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면서 “이번 경기서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많이 집어넣으려고 했고 초반에 잘 들어가면서 경기가 잘 풀렸다”고 설명했다.
변화구 승부가 주효했던 것 역시 마찬가지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으면 필요 없는 유인구를 던지기보다 더 빠르게 승부에 들어갔다”는 설명.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성급한 승부로 안타를 맞았던 기억들이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던 것을 이번에 털어냈다.
더 던지고 싶었다. 진야곱은 “사실은 물집을 조금 숨겨볼까하는 욕심도 들었었는데 코치님이 이닝 끝날때마다 꼼꼼하게 체크를 하시더라”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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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옥영화 기자 |
투수들에게 필요 이상의 웨이트트레이닝은 오히려 좋지 않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유는 있었다. 진야곱은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구속이 130km 정도밖에 안나왔다”며 “내가 키가 크거나 팔다리가 긴 편이 아니고 그래서 몸을 키워야 겠다는 생각에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했더니 구속이 20km 정도 늘었다”며 웨이트트레이닝에 흠뻑 빠진 계기를 전했다.
사실 프로 입단 이후에도 웨이트트레이닝에 매달렸던 이유가 있다. 바로 좀처럼 풀리지 않는 야구인생과 부상의 답답한 마음을 잊기 위해서였다. 진야곱은 “몸이 튼튼해야 안 아플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허리도 아프고 그러면서 이것도 저것도 잘 안될 때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려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진야곱의 가능성을 역시 누구보다 높게 보고 있는 김 위원은 “이번 경기가 진야곱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 진야곱이 가진 능력이 이제 드러나고 있다. 충분히 150km 이상을 던질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힘을 빼고 던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꼈다. 진야곱은 “70~80% 정도로 쭉 던지다 중요한 상황에서 조절을 했다”면서 “이전까지는 무조건 강하게 던지려고만 했었는데 어제는 달랐다”며 인생투를 돌아보기도 했다.
그래서 기회가 더욱 감사하고 잘하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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