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KIA의 시즌 52번째 패배는 씁쓸했다. 조쉬 스틴슨과 에반 믹의 동시 등판이라는 ‘강수’를 뒀으나 나란히 무너졌다. 외국인 투수 듀오의 부진과 함께 ‘어쩔 수 없이’ 결장했던 브렛 필의 빈자리만 더욱 부각됐다.
필은 지난 13일 광주 삼성전에 선발 제외됐다. 지난 4월 5일 수원 kt전과 지난 6월 18일 잠실 LG전에 이은 시즌 세 번째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두 번과는 다르다. 앞선 두 경기에서는 부상 여파(허벅지 근육통-손목 통증) 탓이 컸다. 그리고 경기 후반 대타로 기용됐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전략적인 판단에 의한 제외였다.
스틴슨의 선발 경기라 필과 에반 둘 중 한 명만 뛸 수 있었다. 상황을 지켜보다 5회 전후 꺼낼 패를 고르려 했다.
가장 이상적인 건 스틴슨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윤석민에게 바통을 넘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틴슨은 야수의 수비 불안 속에 함께 흔들렸고 결국 박빙의 승부 속에 필이 아닌 에반 카드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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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는 13일 광주 삼성전에서 2-5로 졌다. 브렛 필(사진)의 빈자리는 매우 컸다. 사진=MK스포츠 DB |
문제는 두 외국인 투수의 부진이 아니었다. 타선은 침체에 빠졌다. ‘효자’ 필의 공백은 컸다. ‘호랑이 사냥꾼’ 윤성환에게 매우 약했다고 해도 너무 무기력했다. 끈질기게 덤비는가 싶었으나 거기까지였다.
KIA는 총 안타 4개를 치는데 그쳤다. 연속타는 없었다. 지난 12일 경기에서 두산 마운드를 무너뜨렸던 집중력은 단 하루 만에 실종됐다. 찬스조차 만들지 못했다.
KIA는 3번 필이 빠졌지만 5번(김원섭)과 6번(나지완)을 고정시키면서 3번과 4번을 바꿨다. 김원섭과 나지완의 감을 유지시키는 등 변화를 최대한 줄이려 했다. 이범호가 4번에서 3번으로 이동하면서 백용환이 생애 첫 4번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나지완, 최희섭, 이범호, 필에 이은 다섯 번째 4번타자였다.
하지만 새 중심타선은 힘을 쓰지 못했다. 이범호와 백용환은 7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침묵했다. 나지완도 3타수 무안타. 김원섭이 2회 윤성환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홈런을 쳤지만, 폭발력은 그때 만이었다. 4안타 중 3안타는 하위타선에서 쳤다.
필은 KIA에서 가장 믿음직한 타자다. 주어진 기회를 놓치는 법이 없다. 지난 12일 경기, 1회(1사 3루)와 3회(1사 2,3루)에서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찬스에 강한 사나이로 팀 내 최다인 75타점을 기록했다.
KIA 타자들은 필에게 밥상을 차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12일 경기의 1회와 3회 모두 신종길의 출루와 김민우의 희생번트 아래 찬스가 만들어졌다. 짜임새를 만들어가려 했고, 그 방점을 찍는 역할은 필이었다.
그 과정이 13일 경기에서는 사라졌다. 희생번트는 1개도 없었다. 2회와 6회, 8회 안타를 치고 나가도 후속타자는 헛심만 썼다. 내야 땅볼과 삼진. 아웃카운트만 늘렸다.
필이 선발 제외된 3경기에서 KIA는 1승 2패를 했다. 24개의 안타와 13개의 4사구를 기록하고도 9득점에 그쳤다. 짜임새와 응집력이 매우 떨어졌다. 그 1승도 시즌 초반 첫 승도 못하고 기나긴 연패에 빠졌던 kt를
필이 있고 없고 KIA 타선의 무게감은 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없었던 삼성전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필의 절대적인 존재감만 부각시킨 셈이다. 자연스레 스틴슨과 에반의 동시 등판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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