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김근한 기자] 14년 전 영광의 주인공 중 한 명이 팀의 수장으로 다시 새 이정표를 세웠다. 유쾌하고 유연한 김태형 두산 감독의 리더십이 14년 묵힌 숙원을 풀었다. 초보 감독답지 않은 배짱 있는 기용과 그 속에서 유연한 변화를 추구하면서 2015년 판 ‘미라클’ 두산을 완성 시켰다.
1차전에서 당한 충격적인 8-9 역전패를 극복한 짜릿한 뒤집기였다. 1패 뒤 4연승이라는 믿기지 않은 질주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두산은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서 13-2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기록한 두산은 지난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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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형 두산 감독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당시 플레잉 코치로 우승을 맛봤던 김 감독은 14년이 지난 2015년 팀의 감독으로 다시 한 번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부임 첫 해 곧바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 감독의 리더십이 재조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먼저 위트 있는 말 한 마디로 분위기를 이끄는 유쾌한 리더십이 돋보였다. 김 감독은 지난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조상우를 향해 뼈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당시 김 감독은 조상우에게 “굉장히 좋은 투수인데 어린 선수가 너무 많이 던져 괜찮을까 걱정 된다. 아무 것도 모르고 감독이 던지라니까 죽어라 던질 거 아니야. 나중에 후회한다. 무리하지마”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공교롭게도 조상우는 준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극심한 부진을 보이면서 고개를 숙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수비 시 조명 문제와 오재원과 서건창의 충돌로 생긴 벤치 클리어링 등 문제가 생기자 염경엽 넥센 감독은 당시 “두산이 우리를 도발하는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에 김 감독은 “우리도 북한도 아니고 무슨 도발이냐”며 능청스럽게 대응했다.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은 덕분일까. 두산은 극적인 4차전 역전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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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형 감독 사진(잠실)=곽혜미 기자 |
타선 활용에서도 손가락 부상을 입은 정수빈을 지명 타자로 기용한 결단력을 보였다. 정수빈은 지명 타자로 나와 허경민과 함께 위협적인 테이블 세터진으로 맹활약해 한국시리즈 연승을 이끌었다.
5차전에서도 니퍼트를 대기시키는 총력전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2년 전 남긴 아쉬움을 풀어낸 유희관과 니퍼트의 역투로 ‘디펜딩 챔피언’을 무너트렸다.
팬들과의 약속도 지켰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임하기 전 “5차전 잠실에서 시리즈를 끝내고 싶다. 과정을 떠나 팬들 앞에서 헹가래치고 싶다”며
김 감독은 부임 첫 해 14년 묵힌 숙원을 풀었다. 그 속에는 유쾌함과 유연함이 공존하는 김태형식 리더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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