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이상철 기자] 정용운(26·KIA)은 지난 27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다른 9개 구단 팬에겐 낯선 이름일지 모르나, KIA 팬에겐 보고 싶던 이름이었다. 좌완 유망주는 어느덧 20대 중반이 되어 돌아왔다. 무려 2046일 만이다.
KIA는 지난 26일 대전 한화전을 마친 후 마운드에 비상이 걸렸다. 윤석민이 오른 어깨 염증으로 휴식이 불가피한 가운데 필승조에서 제 역할을 다했던 김윤동마저 투구 도중 옆구리 근육이 찢어져 전열에서 이탈했다.
KIA는 한승혁과 함께 정용운을 호출했다. 둘 다 시즌 첫 1군행. 눈길을 끈 건 정용운이었다. 지난 2010년 9월 20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지 2046일 만에 등록됐다.
정용운은 좌완 유망주다. 지난 2009년 입단 시 계약금은 1억2000만원. KIA가 그에게 걸었던 기대가 적지 않다는 방증. 데뷔 첫 해 4경기를 뛰었으며, 이듬해에도 10경기에 나갔다. KIA의 미래를 책임질 좌완으로 기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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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박찬호의 일일지도를 받고 있는 정용운(왼쪽). 사진=MK스포츠 DB |
가능성은 컸다. 올해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좌완 불펜 자원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올해 퓨처스리그 3경기에 등판해 7⅓이닝 무실점으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정용운은 1군에 오를 준비를 했다. 언제든지 불러만 주면 달려가려고. 그리고 지난 26일 퓨처스팀 코칭스태프를 통해 1군행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대전으로 이동해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정용운은 불펜 보직을 맡을 예정이다.
“글쎄, (6년 전이나)똑같은 것 같다.” 28일 대전에서 만난 정용운의 짧은 소감이다. 그 무대는 바뀌지 않았을지 모른다. 야구는 세월의 변화 속도만큼 변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그의 마음가짐은 달랐다. 20세의 정용운과 26세의 정용운은 분명 다르니까.
정용운은 “예전 1군 무대에 있으면 긴장돼 많이 떨렸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그런지 한결 편안해졌다. 뭐랄까 좀 안정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절실하다. 1군 엔트리에 포함돼 신나기보다 가서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생각하며 다짐했다”라고 덧붙였다.
1군에 오른 것만으로도 벅차다. 의미가 크다. 개인 기록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1군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것으로도 기쁜데. 정용운은 “개인 기록은 생각하지 않았다. 내 자리를 잡는 게 우선이
자신감은 가득하다. 정용운은 “2군에서 했던 것처럼 하려 한다. 볼넷 없이 빠른 템포로 공격적인 피칭을 하고 싶다. 무엇보다 1군 마운드에 다시 서서 자신 있게 공을 던지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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