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의장의 발언이 나오면서 120엔 안팎에서 교착상태에 빠져왔던 달러당 엔화 값이 다시 한 번 급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6일 도쿄외환시장은 이날 달러당 엔화값은 연내 최저치인 122.04엔(3월 10일)을 돌파하며 7년10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2013년 4월 일본은행 양적완화와 2014년 10월 말 추가 양적완화 단행 이후 급락했던 엔화값이 3차 하락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시장참가자들 사이에 연내 달러당 엔화값이 125~128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이케다 유노스케 노무라증권 외환전략가는 “외환 투기세력이 다시 엔 매도로 움직이고 있다”며 연내 엔화값이 128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내 금리인상을 시사한 옐런 의장의 발언 뿐만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은행이나 보험회사의 해외 국채 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 엔저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금융기관의 해외 국고채 투자는 5월 10일부터 1주일간 무려 1조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유로화도 약세로 돌아서면서 달러화의 교환비율이 1:1이 되는 ‘패리티’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유로화가 올해 말 유로당 1.0225달러까지 떨어지고 내년초에는 ‘패리티’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주요 투자은행들의 향후 유로화가치 전망을 집계한 컨센서스에 따르면 투자은행들 다수가 내년에는 달러화와 유로화의 교환비율이 역전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면서 유로화 가치 하락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현재 그리스 정부는 자금이 고갈돼 다음달 만기인 국제통화기금(IMF)의 채무를 상환할 수 없는 상태다. 그리스가 IMF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유로존을 탈퇴(그렉시트)할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단일 통화 공동체인 유로존이
스즈키 켄고 미즈호증권 환율 투자전략가는 “그리스 사태는 종점으로 가고 있고 디폴트는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만약 유로화가 떨어지면 달러화로 자금이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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