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팎의 숱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이민자 혐오 발언 수위가 또다시 높아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14일(현지시간) 텍사스 주 댈러스의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불법 이민자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가 다른 국가들을 위한 쓰레기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난 뉴욕에 살지만 그들(불법 이민자)도 뉴욕에 산다. 그들은 사방에 다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역겨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WP에 따르면 트럼프의 입에서 이런 원색적인 비난 발언이 쏟아지자 센터를 가득 메운 수천명의 지지자가 기립 박수로 열렬히 환호했다. 한 여성은 트럼프가 연설하는 도중 “우리도 이민자들을 원치 않는다”고 외치기도 했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트럼프의 고강도 비하 발언은 이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다시피 했다.
트럼프는 지난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멕시코 이민자들을 범죄자, 성폭행범이라 부르고 국경에 장벽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막말과 비하 발언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켜왔다.
공화당 내에서 발언 수위를 낮춰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그는 이번 댈러스 유세를 통해 그러한 요구를 사실상 묵살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는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자신의 인기를 내세우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중도 사퇴설 등도 일축했다.
트럼프는 “이기지 않으면 이 모든 게 다 시간 낭비”라며 “이제 진짜 시작할 때다. 정말로 얘기한다. 난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대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캠페인에서 드러난 이러한 반(反)이민 감정은 미국이 이민자들에 의해 건국된 나라임을 고려할 때 그야말로 ‘반미국적’인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 주 디모인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북미 원주민이 아닌 한 여러분의 조상 모두 다른 곳에서 오신 분들”이라며 “지금 우리 정치에서 보이는 이러한 반이민 감정은 우리의 존재에 반하는 것
오바마 대통령은 “공정한 이민 시스템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 적법한 토론은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너희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과 다르다거나 덜 소중하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잘못됐다. 난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