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디턴 교수 "소득불평등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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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 경제학상/사진=MBN |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앵거스 디턴(69)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시경제학 분야의 대가로 이름을 날려왔습니다.
소비자 행동 분석, 경제발전 및 빈곤에 대한 연구, 보건경제학 등 여러 경제 분야에서 폭넓은 연구를 해 업적을 인정받았습니다.
인간이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빈곤과 질병에서 벗어났다는 디턴 교수의 논지는 '21세기 자본'이란 저서를 통해 부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해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떠오른 토마 피케티의 주장과 대척점에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1945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출생한 디턴 교수는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소비자 수요 모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1978년 미국 계량경제학회가 2년마다 수여하는 '프리시 메달'을 첫 번째로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으며, 2007년에는 미국 경제학회 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괴란 한손 노벨위원장은 디턴 교수가 "세밀한 개인의 선택과 소득 총액을 연결시킴으로써 미시·거시 경제학의 분야를 완전히 탈바꿈시키고 경제학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습니다.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은 "소비자이론 등 미시경제학 방면 이론은 물론이고 빈곤, 가계소득과 같은 인구경제학 주제의 연구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지홍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디턴 교수는 선진국 한 국가 안에서 일정 부분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을 수 있지만, 아프리카 국가 연구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는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불평등이 오히려 줄었다는 시각을 제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경제석학인 밀턴 프리드먼의 '항상소득 가설'에 따르면 평생 예상되는 소득이 늘면 가계는 소비를 늘립니다. 그러나 디턴 교수는 현실에서는 이런 항상소득이 변하더라도 소비패턴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의 이름이 붙은 '디턴의 역설'입니다.
초기 연구주제와 연구방법론은 실증 미시경제학이었지만 디턴 교수는 부와 빈곤, 건강 등과 같은 인류의 삶의 질에 관한 문제에 파고들었습니다.
빈곤과 개발에 관심을 둔 그는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연구를 위해 많은 시간을 아프리카 현지에서 보내기도 했습니다.
2003년 프린스턴대 박사 과정 중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는 이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 데이터를 바탕으로 복지, 빈곤, 분배 문제, 어린아이 건강과 영양상태, 성의 불평등에 대한 관계 등 개발도상국의 사회 현상과 이슈를 분석하는 도구로 발전시킨 분"이라고 평했습니다.
피케티가 자본과 노동의 분배 과정과 결과에 바탕을 두고 불평등 문제를 다뤘다면 디턴은 경제발전이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한 큰 흐름에 집중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국내에 번역돼 소개된 저서 '위대한 탈출'에서 오늘날의 불평등은 가난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불가피한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불평등한 처지의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현재 가장 빈곤한 나라는 과거 산업혁명 직후의 영국의 상황보다 낫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경제발전은 새로운 불평등을 가져오지만 이는 새로운 성장과 도약의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소득불평등은 꼭 나쁜 것이 아닐 뿐만아니라 소득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경제성장이 인류를 빈곤과 질병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그의 논지는 피케티 주장의 반대 논거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현진권 자유경제원장은 '위대한 탈출'의 머리글에 실은 '피케티 VS 디턴, 불평등을 논하다'란 주제의 글에서 디턴 교수의 연구를 소개하면서 피케티식 부의 재분배론이 확산하는 것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냈습니다.
물론 일각에선 디턴을 피케티의 대척점에 세운 것은 오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소득불평등 문제를 연구하는 동국대 김낙년 교수는 "국내에서 조명된 대로 디턴이 피케티와 대척점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디턴이 '위대한 탈출'에서 불평등이 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라고 얘기하기는 했지만 의료 불평등에 관한 서술 등을 보면 불평등을 옹호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전체적으로 보면 불평등이 인간이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있는 만큼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디턴 교수는 주장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디턴 교수 밑에서 수학한 이들은 그의 모습을 커다란 풍채의 영국 신사로 기억했습니다.
2003년 프린스턴대 박사 과정 중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는 이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교수로 덩치가 커서 다가가기 쉬운 인상은 아니었지만 자세한 강의로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습니다.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은 "보통 미시경제학 강의를 하면 수요·공급부터 가르치는데 디턴 교수는 독창적으로 강의계획을 짜 사례 중심으로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게끔 유도했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