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외교를 좌지우지하는 미국 국무부가 지난달 17일부터 한달 넘게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전혀 내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특히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이달 2일 수장으로 공식 취임을 했음에도 불구하도 국무부의 침묵은 계속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이에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중동 평화 협상 등 굵직한 글로벌 이슈들이 계속 진행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국무부의 긴 침묵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국무부는 지난 16~17일 틸러슨 국무장관이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외교장관회의에 참가해 다자무대 공식 데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언급이 없었고, 틸러슨 자신도 취임 후 미 외교의 입장을 전하는데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언론은 G20 외교장관회의에서 "틸러슨 장관의 입에서 나온 단어가 50개도 안 된다"고 전했다.
CNN은 이같은 국무부의 모습에 "미 외교 정책을 설명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부처가 입을 닫고 있으면서 미 외교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23일 전했다. 국제 외교를 좌우해야 할 부처의 침묵이 길어지면 다른 나라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제프 래스케 전 국무부 대변인은 "만약 국무부가 방송카메라 앞에 서지 않고 국제 현안에 관여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정책이 무엇인지를 세계에 이해시킬 기회뿐 아니라 미국의 국익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기회조차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외교 행보에 국무부가 아직 갈피를 못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을 향한 '하나의 중국' 불용인 발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1국가 해법' 가능성 등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국무부의 기존 노선과 상충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러 성향에 대해 국무부가 침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틸러슨 장관이 석유회사 엑손모빌에서만 40년 넘게 근무한 '외교 문외한'이라는 점, 아직도 부장관, 차관, 차관보 등 실무관리를 지휘할 고위직이 공석이라는 점 등이 국무부 마비 사태의 이유로 꼽힌다. 현직 외교 관료는 CNN에 익명을 전제로 "지침이 없을 뿐 아니라 상의할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행정명령이 나온 이후 외교관들이 집단적인 반발을 보인 것도 국무부가 입을 닫을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틸러슨 장관은 이슬람권 7개국 출신자에 대한 한시적 미국 입국 금지 조치로 세계 곳곳에서 혼란과 관련해 지금까지 한 마디의 공식 언급도 내놓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틸러슨 장관은 22일 첫 개별 국가 순방으로 멕시코를 택해 공식 방문했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멕시코 간의 현안인 국경 장벽 건설, 불법체류 멕시코 이민자 추방,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틸러슨 장관이 국제 이슈에는 말을 아껴왔지만, 미국의 이익이 걸린 국내 이슈격인 반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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