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 위협 상황에도 골프 하기에 바쁜 일부 군인들 모습, 파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안보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지적에 대해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골프를 금지하지 않았다'는 어이없는 답변까지 내놨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사회2부 갈태웅 기자 나와 있습니다.
【 질문 1 】
북한의 도발 위협 상황에도 군 골프장은 오히려 북적인다는데, 상황이 어떻습니까?
【 기자 】
네, 취재진이 지난 주말과 휴일, 그리고 어제(11일)까지 서울과 수도권, 광주광역시의 군 골프장을 찾았습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참으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위기관리상황실을 찾아 안보태세를 점검한 다음 날, 각 군 골프장은 국방부와 육군 관용차로 가득 찼습니다.
대부분 골프를 치러 온 대령급 이상 간부나 소위 별들, 즉 장성입니다.
일부 간부와 장성은 운전병까지 대동했고, 승합 관용차를 타고 단체로 골프를 치러 온 군인들도 있었습니다.
골프를 하러 간 규모만큼 우리 군의 전투력엔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질문 2 】
그런데 위기 상황 속 골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뒤에도 골프 행렬은 계속됐죠?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마치 '지금이 무슨 위기 상황인가'라고 오히려 반문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보도 이후 취재진이 경기도와 광주광역시의 군 골프장을 찾았지만, '나이스 샷' 소리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현장음))
"굿 샷! 굿 샷! 나이스 샷!"
서울의 한 군 골프장 주차장은 차를 댈 곳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골프장 관리자들은 이들 중 다수는 현역 군인이라고 귀띔했습니다.
▶ 인터뷰 : 군 골프장 관계자
- "(군인들은 평일에 못 치잖아요. 오늘도 군인 있었어요?) 네, 있었어요. (현역 군인이요?) 네. (명단이) 다 떠요. 우리 컴퓨터에…."
골프장에서 전격적으로 작전계획이 진행된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 질문 3 】
그런데도 국방부는 '주말에는 골프 금지령을 내리지 않았다'는 둥 엉뚱한 해명으로 일관했다면서요?
【 기자 】
네, '주말엔 골프 금지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것이 국방부의 해명입니다.
심지어 국방부는 "더 알아볼 것도 없고, 더 조치할 것도 없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땅에선 적어도 비상 시국에 골프를 하는 행위에 대해 그리 너그럽지 못합니다.
국무총리가 삼일절에, 또 야당의 한 인사가 수해 때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사퇴하거나 제명된 일이 최근입니다.
더구나 국방부는 이번 주말에 골프를 친 현역 장성이 3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취재진이 확인한 소위 '별들의 차'만 10대가 넘었습니다.
민감한 사안 때마다 사실 규명보단 은폐·엄폐에 먼저 시도하는 군의 특성이 또 발현된 것입니다.
【 질문 4 】
국방부의 이번 '주말 골프',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입니까?
【 기자 】
네, 먼저 군의 잘못된 엘리트 의식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군의 고위급 간부를 일선 고급 공무원과 동일 선상에 놓고 보는 의식이 그것입니다.
고급 공무원들도 주말에 골프를 치고, 일부는 접대도 받는데 군의 장성과 간부들도 못할 게 없다는 인식입니다.
하지만, 군 간부의 계급과 일선 공무원 직급은 엄연히 별개입니다.
실제로, 군에서 대위나 소령 계급은 일선 공무원 6급이나 5급으로 간주되지만, 골프를 즐기는 인구는 드뭅니다.
군의 관용차를 마치 대기업 임원 차량이나 장관급 의전차량 쯤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이 여전히 군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 질문 5 】
현재 국방부장관의 공백 사태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보이는데요?
【 기자 】
네.
어차피 이번 골프 파문이 곧 떠나게 될 김관진 국방부장관의 소관 업무로 유야무야 끝나게 될 것이란 관측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현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의 임명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이번 파문의 책임 소재는 불분명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만약, 이번 사태가 야전에서 벌어졌을 경우 사정을 잘 아는 지휘관과 하급자 사이에 크고 작은 징계가 불가피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이번에도 우리 군은 국민이나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동료보단 임명직인 장관 행보에 더욱 치중하는 고질적 병폐를 재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