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러 다니기도 바쁜 소방관들이 요즘 보험 가입을 권유하고 다니느라더 바쁘다고 합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주진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종로구의 한 멀티방입니다.
지난달 이 멀티방 업주는 소방관의 권유로 화재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습니다.
▶ 인터뷰 : 멀티방 업주
- "사람이 다치면 보상을 해주는 보험을 들었느냐고 하더라고요. (보험을) 안 들면 벌금이 얼마가 나온다더라…."
이 업소처럼 요즘 많은 노래방과 PC방 등 다중이용업소들이 소방관들의 보험 가입 권유를 받고 있습니다.
일선 소방관들이 왜 보험 가입을 권유하고 다닐까.
사연을 들여다보니 '다중이용업소는 화재배상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입니다.
문제는 가입률이 낮자 소방방재청이 의무가입 기한을 3주 앞두고 일선 소방관들을 투입한 겁니다.
소방방재청이 일선서에 보낸 공문에는 100% 가입, 보험가입실적 매주 제출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소방서별로 할당량이 정해진 겁니다.
일선 소방관들은 불을 끄기에도 인력이 부족한데, 갑자기 보험 영업 사원이 된 것 같다며 힘들어합니다.
▶ 인터뷰 : 소방관
- "구걸 애원조로 (확약서를) 써달라고, 그래서 억지로 받아오죠. 심한 경우는 실적 채우려고 자기가 그냥 돈 내는 걸로…. 솔직히 부끄럽습니다."
화재 현장에 있어야 할 소방관들이 정부의 부실한 정책 홍보와 상급 기관의 '눈치 보기'에 떠밀려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MBN뉴스 주진희입니다.
영상취재: 안석준 기자
영상편집: 이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