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이 사건은 꽤나 시끄러웠습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 고위 관계자와 한 언론사 대표가 나눈 대화를 안기부가 불법 도청했는데, 이 녹취록에는 삼성이 명절 때마다 검찰 간부들에게 금품 등 선물을 줬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노 의원은 이 녹취록에 나오는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국회 법사위 회의에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고, 해당 자료를 인터넷에도 올렸습니다.
대법원은 노 의원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해당하지만, 인터넷에 공개한 것은 면책특권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보도자료 공개로 이미 공익적 목적을 달성했는데, 인터넷에까지 올린 것은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대법원 판결이니 따르고 존중해야 합니다.
그런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것은 정작 떡값을 준 사람들이나 받은 검사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겁니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켰는데, 정작 손가락을 든 사람만 처벌을 받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노 의원의 심경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노회찬 /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 "지금 한국의 사법부에 정의가 있는가? 양심이 있는가? 사법부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느냐? 저는 8년 전 그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 하더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입니다. 오늘의 대법원 판결은 최종심이 아닙니다. 국민의 심판, 역사의 판결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노 의원과 대립했던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도 트위터에 '권력형 비리를 고발하지 않는다면 이 땅에 권력형 부패를 어떻게 청산할까요'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당시 이 사건을 지휘했던 사람은 얼마 전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황교안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었습니다.
기구한 인연일까요?
이 때문은 아니겠지만, 야권은 황교안 법무장관 내정자의 인사 청문회를 벼르는 것 같습니다.
특히 황 내정자가 대학 재학 당시 3년 동안 병역을 연기하고서 피부병으로 면제 판정을 받은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 배재정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배재정 / 민주통합당 의원
-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보는게 아니라 손가락을 물어 뜯는 형국입니다. 삼성 X파일 특별 수사팀 지휘를 맡았던 황교안 당시 검사는 새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어떻게 대법원 믿을 것입니까?"
어쨌거나 노 의원과 새누리당 이재균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4월 재보선의 판이 커졌습니다.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의원도 세 명이나 됩니다.
많게는 15곳에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통상 새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선거는 여당에 유리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지난 대선이 워낙 치열했던 데다 박근혜 당선인의 최근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보다 낮은 50%대 밑이어서 예측이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그래서 꽤나 성급한 사람들은 이번 선거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로 규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재보궐 선거는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이 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두 달 만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를 중간평가로 규정하기는 무리인데도 말입니다.
특히 나오는 사람들도 거물급입니다.
박근혜 캠프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지낸 김무성 전 의원이 부산 영도 출마를 선언했고,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유시민 전 의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 등이 나올 것이라는 말이 듭니다.
무엇보다 안철수 전 후보와 그 측근들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신당 창당설이 꾸준히 나오는 터라 궁금증이 더합니다.
안 전 후보측은 이번 일요일이 지나고 페이스북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안 전 교수가 활동을 재개하면 상의해 페이스북 활성화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활동을 재개하면', '다시 만나 뵐 수 있기를 바란다'는 여운을 남겼습니다.
안 전 교수의 활동 재개가 임박한 걸까요? 아니면 미국 체류가 생각보다 더 길어지는 걸까요?
캠프에 몸담았던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안 전 교수가 이번 재보궐 선거에 직접 나올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합니다.
직접 뛰지는 않아도 안 전 교수가 4월 전 귀국해 측근들의 선거를 도울 것이라는 관측은 많습니다.
지난 대선이 끝나고, 이제 정치는 당분간 우리네 관심사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정치판으로 눈과 귀가 쏠리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