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연말이면 집집마다 적십자 회비를 내라는 지로용지가 날아오는데요.
세금처럼 무조건 내야 하는 것으로 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적십자 회비 납부는 사실 의무가 아닙니다.
좋은 일에 쓰긴 해도 은근슬쩍 의무인 것처럼 모금하고 있는 건데, 방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도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서울 미성동에 사는 권영남 씨.
일 년에 한 번 집으로 지로 용지가 날아올 때마다 지난 10년 동안 꼬박꼬박 적십자회비를 냈습니다.
▶ 인터뷰 : 권영남 / 서울 미성동
- "당연히 내야 하는 건 줄 알고 냈어요. 주민세처럼 이것도 지로로 나오니까 당연히 우리가 세금 내는 것처럼 이것도 내는 거구나."
하지만, 적십자회비는 내고 싶은 사람이 스스로 내는 것이 원칙.
▶ 스탠딩 : 이도성 / 기자
- "문제는 이렇게 이 지로용지가 우편함에 세금고지서처럼 오기 때문에, 당연히 내야 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는 겁니다. 자진 납부라는 설명도 용지 한쪽에 작게 설명돼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모이는 적십자회비는 최근 3년간 1천500억 원이 넘습니다.
회비라는 이름으로 모금하지만 별다른 가입 절차도 없습니다.
▶ 인터뷰 : 안진걸 /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 "회비도 일방적으로 올리고 또 회원도 아닌 사람들한테도 마치 공과금인 것처럼 (지로용지를 보내고), 국민에게 기부를 강요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는 착각도…."
적십자사 역시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 인터뷰 : 원왕희 / 대한적십자사 재원조성팀장
- "과거 구호단체가 없던 시절에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적십자회비가 도입됐고), 자발적 납부라든지 그런 부분을 안내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그런 부분들을 좀 더 보완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이는 적십자회비.
얼마를 모금했는지보다 어떻게 모금했는지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MBN뉴스 이도성입니다. [ dodo@mbn.co.kr ]
【 앵커멘트 】
이렇게 지로 용지를 통해 세금처럼 적십자 회비를 걷는 것은 우리나라 뿐인데요.
이젠 회비 모금 방식을 바꿔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어서 김근희 기자입니다.
【 기자 】
서울에서 통장을 맡고 있는 이 모 씨는 매년 적십자회에서 수십만 원을 받습니다.
동네 가정마다 적십자회비 지로 용지를 나눠주고, 회비 모금을 홍보한 데 따른 수고비입니다.
▶ 인터뷰 : 이 모 씨 / 통장
- "통장들이 적십자 회비모금 위원으로 위촉되기 때문에 90만 원 가까이 통장들 수고비로."
이렇게 나가는 돈만 한 해 약 20억 원, 모금액의 4%가 이런 수고비로 쓰입니다.
복지나 의료 사업에 써야 할 회비 가운데 적지 않은 금액이 수고비로 나가는 셈입니다.
▶ 스탠딩 : 김근희 / 기자
- "실제로 통장들이 모금한 돈이 적십자사 수입의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이 때문에 적십자사가 회비를 모으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개발하기보다 기존 관행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본의 경우 집집마다 직접 방문해 적십자 회비를 설명한 뒤 회원가입 의사를 묻고 회비를 받습니다.
미국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적극 활용해 자발적 기부를 유도할 수 있는 사업 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강철희 /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적십자는 50년, 30년 전이나 지금 사업이
당장 모금액이 줄더라도 시민들의 자발적 기부가 중심이 된 모금 방식으로 변화할 때라는 지적입니다.
MBN뉴스 김근희입니다. [kgh@mbn.co.kr]
영상취재 : 김준모 기자, 김회종 기자, 김연만 VJ, 윤새양VJ
영상편집 : 한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