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발언 일삼다 퇴출된 교수 구제 '논란'

【 앵커멘트 】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하다 해고된 대학 교수에게 법원이 해임은 과하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학생들은 이 교수의 발언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하다고 봤는데, 법원은 왜 해임 처분은 잘못이라고 본 걸까요?
이성훈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2013년 1학기, 한 대학교의 실전 영어 수업 강의실.

영어과 교수인 남성 김 모 씨가 1학년 남학생에게 "큰 가슴을 가진 여성이 오면 흥분된다"를 영작하라고 지시합니다.

학생이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자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치마를 입은 여학생 옆에 앉아 몸을 감상하듯이 훑어보는가 하면,

수업에서 스타킹 얘기가 나오자 "여자는 팬티스타킹 2호가 예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생리통 때문에 결석한 학생에게는 수업에 빠지려면 달력에 생리주기를 표시하거나 약을 먹고 생리주기를 바꾸라는 폭언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자 결국 학교 징계위원회에 넘겨져 해임된 김 교수.

해임은 억울하다며 소송을 냈는데 법원은 김 교수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학생 입장에서 김 교수의 발언은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행위라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이 강의 목적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고, 신체 접촉은 없었다"며 "해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개방된 강의실이었던 만큼 학생들이 느낄 성적 혐오감이 상대적으로 약했다고 본 겁니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교수가 다시 강단에 설 수 있는 여지가 생기면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이성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