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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에만 메르스 확진자가 8명 늘었습니다.
지금까지 격리된 사람은 6,508명, 격리 해제된 사람 3,951명을 합하면 메르스 격리를 경험한 사람들은 1만 명을 넘습니다.
메르스가 우리를 덮은 지도 한 달이 다 되갑니다.
한달 정도면 메르스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던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격리 대상자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어제(17일) 하루만에 1천명 가까이 늘었습니다.
지금도 격리자가 6,500명에 달하는데 이들을 일일이 모니터링 하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응급이송요원이었던 137번 환자가 지하철로 출퇴근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을 접촉했는지 알길이 없습니다.
사실상 역학조사가 불가능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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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는 한 공무원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사실을 보름동안 숨기고 대민 업무를 봤습니다.
여기저기 회식도 다녔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대중 목욕탕을 갔고, 장례식장을 갔습니다.
당국은 이 공무원이 메르스 증상 이후 만난 사람이 대략 500명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숫자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이 공무원은 메르스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삼성병원 응급실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메르스 사태를 막아야 할 공무원이 오히려 메르스를 퍼뜨리고 다녔던 기막힌 상황입니다.
자가 격리자들에 대한 통제도 곳곳에서 구멍이 뚫리고 있습니다.
병원 격리자는 병원이라는 공간의 제약성때문에 통제가 가능하지만, 자가 격리자는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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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는 집에만 있는 게 답답하다고 낚시배를 타고 돌아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잔디 공원에 텐트를 친 사람도 있습니다.
해외 여향을 떠나려다가 당국에 적발되거나 무단 외출해 경찰이 이들을 찾아나서는 소동이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방역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이미 방역당국의 능력은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입니다.
지역감염은 없다고 하지만 이 정도면 그 가능성을 우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과한 공포심이 빚어낸 웃지 못할 일도 많습니다.
메르스와 관련 없는 병원에서 태어난 생후 8일된 아이가 열이 난다고 메르스 검사를 요구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전문가들 말을 빌면, 갓 태어난 아이들은 면역력이 강해 메르스에 걸릴 확률이 낮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그 부모는 지나치게 걱정한 나머지, 또 해당 의사 역시 두려움때문에 메르스 검사를 요청한 것으로 보입니다.
진짜 메르스 의심자에 대해 검사를 진행할 인력도 장비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일들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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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거주하는 한 주부는 남편과 SNS로 메르스 관련 대화를 하는 도중 남편이 보낸 참외 주문자 명단을 메르스 확진자로 오인해 친척과 친구에게 명단을 보냈습니다.
이 명단은 급속히 퍼졌고, 불안감을 부추겼습니다.
이 역시 과도한 공포심이 낳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과한 공포심은 비과학적 행태를 유발합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자 인터넷에는 확인되지 않은 마스크 소독방법이 떠돌고 있습니다.
알코올과 물을 7:3으로 섞은 소독액을 뿌린다거나 자외선 식기 소독 살균기로 멸균하거나, 압력밥솥 스팀으로 소독하면 마스크를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모두 틀렸습니다.
마스크는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버려야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메르스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면 이렇게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지도 않았을 겁니다.
지금은 사실상 당국의 방역에 기댈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방법은 하나입니다.
시민 의식뿐입니다.
자가 격리자는 격리 준칙을 제대로 지키고, 일반인들은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메르스로 인해 우왕좌왕하는 공포와 혼란의 시민 의식이 아니라 두려움에 맞서고 질서를 스스로 지키는 그 정도 수준은 됩니다.
메르스는 우리에게 성숙한 시민의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