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성이 하산 도중 살해돼 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한 일명 ‘무학산 살인사건’의 범인이 사건발생 6개월 여만에 검거됐다. 그러나 경찰이 실제 지목한 피의자가 아닌 우연히 대검 수사과에 의뢰한 피해자 유류품에 생각지도 못한 제3의 인물 DNA가 나와 진범이 잡히면서 경찰의 수사력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경찰은 합동수사본부를 꾸려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고, 진범의 CCTV를 확보하고도 용의자로 특정하지 못했고 엉뚱한 시민을 용의자로 지목해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뻔 했기 때문이다.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무학산 살해사건 용의자 정모(41·경남 거제)씨를 강간 등 살해, 사체유기 혐의로 검거했다”고 3일 밝혔다.
사건은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0월 28일 오후 1시57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무학산 6부 능선에서 혼자 하산하던 피해자 A(당시 51세)씨가 하의가 벗겨진 채 목졸라 살해됐다. 당시 경찰은 9000여명을 경력을 동원해 탐문수색 등을 벌이고 무학산에 설치된 CCTV 등 512대를 분석해 그동안 4명의 용의자를 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진짜 범인에 대한 증거는 엉뚱한 데서 나왔다. 마지막 용의자 선상에 오른 B씨를 수사하던 중 B씨가 소환에 불응했다. 그러자 경찰은 B씨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위해 검찰의 지휘를 받아 피해자의 유류품 17점을 대검 과학수사과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정작 B씨가 아닌 정씨의 DNA가 나온 것이다. 정씨는 이미 지난해 1월 경북 영천에서 절도혐의로 구속돼 대구 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 10월 국과수에 두차례나 피해자의 유류품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으나 당시에는 아무런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 결국 당시 제대로 된 감정만 했다면 일주일만에 진범을 검거할 수 있었던 셈이다.
경찰의 수사력도 한계를 드러냈다. 경찰은 그동안 CCTV 분석을 통해 당시 범행시간대 110명 정도의 남성을 분석했으나 9명의 인적사항을 확인하지 못했다. 정씨는 그 9명 중 한명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공개한 정씨의 범행직전 무학산 정상에 찍힌 모습에는 정씨가 CCTV를 두차례 쳐다보면서 자신의 얼굴 수건으로 가리는 모습이 담겨있다. 정씨가 범행에 앞서 얼굴이 노출될까 한 행동이었으나 경찰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또 정씨는 지난 1999년 성폭행 혐의로 7년간 수감된 전력이 있고 그외에서 강도, 상해 혐의로 전과 6범이었다. 경찰은 주요 성범죄자를 비롯해 강력 범죄자 등 4115명에 대한 신원조회를 했으나 정씨는 조회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범죄 의심 사건의 경우 동종전과자에 대한 조회가 우선이지만 정작 거제에 주소를 둔 정씨는 빼고 다른 사람들만 조회를 한 셈이다.
경찰의 ‘헛발질‘에 엉뚱한 사람이 피의자가 될 뻔 하기도 했다. 그동안 경찰이 광범위한 수사를 벌이면서 4명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임의수사했고, 최종적으로 B씨를 강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만약 대검찰청 감정에서 아무런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면 B씨가 억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당시 CCTV 얼굴에 정씨가 찍혀 있었으나 신원확인이 쉽지 않았다”며 “당시 국과수 감정 당시 왜 용의자 DNA가 안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으며 4일 현장검증을 벌인다.
[창원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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