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 사고…연기는 목을 죄어 오는데, 흔적 없는 비상 망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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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버스 사고/사진=연합뉴스 |
지난 13일 밤 울산 울주군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사고 때 승객들이 대피할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희생자가 많았습니다.
차문이 콘크리트 보호벽에 막혀 열리지 않고 버스 오른쪽에는 불길이 치솟아 유일한 탈출 방법은 왼쪽 유리를 깨고 뛰어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승객들이 "비상망치가 어디에 있느냐"고 소리쳤지만, 답이 없었다고 생존자들은 14일 전했습니다.
버스 앞과 뒤 승객이 잘 보이는 곳에 각각 2개를 둬야 하는 비상망치가 아예 없었거나 승객들이 비상망치가 있는 위치를 몰랐다는 얘기입니다.
운전기사 이모(48)씨가 운전석 뒷자리 유리를 깰 때 사용한 것도 비상망치가 아니라 안전핀이 뽑히지 않아 무용지물이 된 소화기였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50대 회사원 A씨는 몇 달 전 대만으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당시 25인승 버스에 오르자 운전기사와 여행 가이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비상구 위치를 자세히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차 문은 물론 버스가 옆으로 넘어졌을 때 이용할 수 있도록 천장에 만든 비상탈출구 2개까지 꼼꼼하게 안내했습니다.
또 소화기와 비상망치가 있는 위치를 일일이 가리켰습니다.
마치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승무원들이 안전교육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창문이 강화유리로 돼 있는 우리나라 관광버스에서도 승객의 안전을 위해 이 같은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교통안전공단 부산지부 권재영 교수는 "울산 관광버스 화재사고 때 승객들이 비상망치만 잘 활용했어도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불로 인한 연기가 버스 안으로 들어오면 탑승자가 순식간에 질식하게 된다"면서 "승객들이 재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고 버스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여행 가이드 이모(43)씨는 "비
이씨도 비상망치가 어디 있는지 몰라 수차례 유리창을 발로 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