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이사회 책임론 확산 / 끼리끼리 이사회 ◆
"회장과 행장이 물러났다고 KB금융 내분 사태가 끝났다고 보면 오산이다. 의사결정 최고 중심에 있던 이사회와 집행임원들이 책임지지 않는 이상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시중은행 임원 A씨는 19일 KB금융지주 사외이사 9명이 차기 회장 선임작업에 착수한다는 소식에 '후안무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흥분했다. 그는 "KB금융 내분 사태 과정에서 줄곧 수수방관하면서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 편에 섰다가 금융당국의 거센 압박에 등을 돌려 해임까지 시켰다면 본인들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전산기 문제와 관련해 징계까지 받은 국민은행 사외이사들과 집행임원들이 KB금융 미래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KB금융지주 이사회와 은행 이사회에 대해 이사회 멤버 교체와 함께 불합리한 관련 규정을 완전히 개편해야 한다는 금융계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최고경영진과 함께 주인 행세를 했던 KB금융그룹 사외이사들에 대한 비판이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외이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특정 대학, 특정 직업군으로 너무 몰려 그들만의 '끼리끼리' 문화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KB금융지주 이사회 사외이사 9명 중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 5명, 서울대 경제학과 3명 등 서울대 상대 출신이 8명에 달한다. 또한 사외이사 6명이 대학교수다. 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뱅커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순수 금융인 출신보다는 교수 출신 사외이사들이 유독 많은 것은 해당 회사와 '거래 관계'가 없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 임원 B씨는 "규정 따지다 보면 결국 남는 직업군은 교수밖에 없다"며 "사외이사 보수도 1억원가량 되기 때문에 탐나는 자리"라고 덧붙였다. 교수로서는 소속 학회에 기부금 지원 같은 영향력도 발휘할 수 있다.
이사회를 견제할 세력 자체가 없는 것도 문제다. 신한금융그룹은 재일동포가, 하나금융그룹은 과거 골드만삭스나 테마섹 같은 주요 주주가 있어 주주총회를 통해서라도 사외이사를 견제했다. 하지만 주인이 없는 KB금융은 이사회를 견제할 주주가 없어 그야말로 무풍지대다. 국민연금이 지분 9.96%를 보유한 대주주지만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고 있다.
회장과 이사회가 한 몸으로 묶이기 쉬운 구조도 갖고 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있어 회장은 선임 과정부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KB금융지주 이사회 10명 중 사외이사가 9명이기 때문에 사외이사들에게 밉보이면 회장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특히 임영록 전 회장이 KB금융지주 사장 자리를 없애고 국민은행장마저 이사회 멤버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회장으로서는 사외이사들과 관계만 잘 형성하면 되는 상황이다. 유독 KB금융지주 이사회 사외이사들 목소리가 큰 이유다. KB금융그룹 전 임원 C씨는 "과거 모 행장 시절에는 지방대 교수였던 사외이사 한 분이 행장 연임 과정에서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해당 지역 지점장들이 수시로 몰려가 인사 청탁을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회장도 눈치를 볼 정도로 권한이 막강한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에게 최근 내분 사태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 많다. 신한 사태 때는 수뇌부 자체 갈등으로 벌어진 일이지만 나중에 사외이사들이 전원 사의를 표명했
한편 KB금융 이사회는 19일 김영진 사외이사를 회장후보추천위원장으로 선임하고 10월 말까지 최종 후보를 추천하기로 했다.
[송성훈 기자 /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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