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미국 텍사스주에서 고속철도 건설을 추진하던 텍사스센트럴 파트너스는 댈러스와 휴스턴을 잇는 고속철도에 일본 ‘신칸센’을 도입키로 했다. 향후 일본업체에 고속철 차량 제조와 운행관리를 맡긴다는 방침이다. 2021년경 미국 본토에 신칸센이 달리게 되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인도 뭄바이시와 아메다바드시를 잇는 약 500㎞ 구간에 신칸센 기술을 수출하기로 하는 등 전세계 고속철 시장 유력 주자로 급부상했다. 중국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일본이 점찍어뒀던 51억달러짜리 인도네시아 자카르다-반둥 고속철 사업을 따낸데 이어 최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연결하는 고속철 건설권을 두고 일본과 각축전이 한창이다.
해외PPP시장에서 존재감 없는 한국과 달리 일본과 중국 등은 정부의 파격적 자금지원과 규제완화를 무기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일본은 아예 해외PPP시장을 총괄하는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주요 사업이 나오면 일사불란하게 대응한다. 지난 2014년 설립된 (주)해외교통·도시개발사업 지원기구(JOIN)는 일본 정부와 민간이 각각 54억엔씩 총 108억엔(1000억원)을 출자해 만들었다. 일본 국토교통성 장관이 투자사업에 대한 지원기준을 세우고 결정 인가부터 감독을 도맡는다.
해외교통이나 도시개발사업에 관심있는 일본기업에 출자부터 전문인력 파견 등 현실적 도움은 물론 진출국 정부와 협상 창구로도 활약한다. 특히 사업구상과 시공, 관리를 아우르는 ‘종합 패키지’형 PPP사업을 발굴해 현지 진출국가에 제안하는 ‘글로벌 시행사’ 역할을 톡톡히 한다. 국제협력은행(JBIC)의 자금지원,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책임지는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도 협조한다. 지난해 일본이 인도 고속철 사업을 따낸 것도 건설비의 80%인 120억달러 규모 차관을 연 0.1~0.5% 저리에 50년 상환이란 파격 조건 덕분에 가능했다. 여기에 JOIN이 큰 역할을 했다.
전통적 PPP강자인 스페인은 과감한 규제 철폐로 자국 기업들 시장 진출을 이끌었다. 해외 신설법인의 배당 수익에 대한 면세 혜택이 대표적이다. 건설사와 공기업이 출자한 특수목적회사(SPC)가 진행하는 PPP사업 특성상 해외 법인을 위한 규제 완화는 투자를 이끄는데 필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PPP프로젝트를 위해 현지 법인을 만들면 설립 초기 부실한 재무구조를 한시적으로 본사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 덕분에 최대 건설사 ACS가 중남미 도로와 교량 인프라사업을 독점하는 등 스페인은 해외 건설시장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아프리카 빈국에서 ‘차관 외교’로 유명한 중국은 지난해 9월 인민은행을 통해 중남미 인프라시장 투자용 기금을 100억 달러(11조7600억원) 조성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을 주도하며 아시아에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국은 부족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전폭적 자금지원으로 굵직한 고속철 프로젝트도 잇따라 따냈다”며 “해외건설은 정부 대 정부(G2G) 협상이 절대적인 메가 프로젝트가 많아진 만큼 정부의 전폭적 지원 없인 수주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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