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대출 이자 벌써 5% ◆
수신금리는 찔끔 인상하거나 내버려두고 대출금리를 확 올리는 식으로 대출금리와 수신금리 폭을 키울수록 은행 수익성은 좋아진다. 트럼프발 재정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 국채금리가 폭등하고 있는 데다 다음달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대내적으로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를 통한 대출 옥죄기 등을 빌미로 국내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키울 수 있는 대내외 여건이 마련된 상태라는 평가다.
주요 은행들의 수신금리 가중평균치인 신규 코픽스(COFIX)금리는 지난 9월 1.31%에서 이달 들어 1.41%로 상승했다. 0.1%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각각 1.1%, 1.31%, 1.40%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신한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두 달 만에 약 0.1%포인트 소폭 올랐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대출금리는 폭등세다. 특히 5년간 고정금리로 갔다가 변동금리로 변환되는 신규 5년 고정 혼합형 주택담보대출금리 상승이 두드러진다. 주택담보대출금리는 기준금리(코픽스 또는 시장금리)에다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가산금리를 붙여 결정한다. 하나은행의 대표적인 주택담보대출(5년 혼합형)인 'KEB하나혼합금리모기지론' 금리가 같은 기간 2.745~4.445%에서 3.392~5.092%로 0.6%포인트 넘게 올랐다. 신한은행의 5년 변동 주택담보대출인 '신한 장기모기지론' 금리도 같은 기간 2.87~4.17%에서 3.42~4.72%로 0.55%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의 5년 후 변동금리인 6개월 신규 코픽스도 꽤 올랐다.
신한은행의 대표적인 주택담보대출인 '신한장기모기지론' 변동금리는 같은 기간 2.86~4.16%에서 3.16~4.46%로 약 0.3%포인트 상승했다. KB국민은행도 같은 기간 약 0.29%포인트 오르는 등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같은 대출금리 폭주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거나 받으려는 잠재 고객들은 대혼란에 빠진 상태다.
대출금리 상승에 대해 은행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은행 대출금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초읽기,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 등으로 인해 시장금리가 상승 추세"라며 "5년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금융채 3일 평균금리가 지난 7일 1.71%에서 16일 1.97%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도 대출금리 급등에 일조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가 금융권 전체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은행들도 가계부채 총량 관리 차원에서 대출금리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급등하는 대출금리로 가계부채가 부실화하면 금융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은행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수신금리는 만기가 짧고, 대출금리는 만기가 길어서 금리 상승기에는 수신금리는 조금 오르고, 대출금리가 많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라면서도 "대출금리를 너무 빠른 속도로 올리게 되면 채무자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져 은행권에 부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은행들은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내고 있다. 국내 4개 주요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의 3분기 현재 누적 당기순이익은 5조434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277억원)에 비해 25.2% 늘었다.
■ <용어 설명>
▷주택담보대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