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한국 대표를 맡고 있는 정형진 대표(사진)가 전하는 시장 분위기다.
최근 정 대표는 매일경제와 단독으로 만나 이같이 밝혔다. 최근 최동석 한국 공동대표 사퇴 이후 홀로 골드만삭스 한국을 이끌며 책임이 막중해진 뒤 첫 인터뷰다.
그는 "정치적 이슈로 대기업발 M&A가 겉으로는 멈춰 있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큰 M&A시장인 한국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대기업 역시 당장 움직임을 취하지는 못하더라도 기업 인수 매각 관련 검토는 물밑에서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주요 국가 중 중국은 외국인 지분 제한 이슈로 인해, 일본은 기업 매각을 꺼리는 기업 풍토 탓에 기업 M&A가 활발하지 못하다. 한국 기업에 대한 시장 주목도가 높은 이유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혼란상에도 이를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있다.
정 대표는 "국내 금융시장 성숙도가 높아지며 시장 안정성도 높아졌다"며 "최근에는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이벤트에도 시장이 흔들리지 않는 등 한국시장이 '선진 금융시장'에 근접해간다는 것이 국외의 공통된 평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코스피 변동성을 나타내는 코스피 공포지수(VKOSPI)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해 12월 9일 11.84를 나타냈다. 이는 전일 대비 불과 1.37% 오른 수준으로 국외 이슈인 브렉시트가 현실화됐던 같은 해 6월 24일 기록한 연고점 22.53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VKOSPI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내내 하향 안정세를 나타내며 지난달 말 10.64를 기록해 1년 전(17.56)보다 크게 내려왔다. 아울러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국내 증시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15억7660만달러(약 1조8000억원)로 아시아 국가 중 대만(3억722만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채권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 기획재정부,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이 잇달아 총 43억달러 규모로 발행한 외화채권은 해외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며 사상 최저 수준 금리로 발행된 바 있다.
국내 M&A시장에서 사모투자펀드(PEF)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정 대표는 "12년 역사를 겪으며 국내 PEF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보유 기업 포트폴리오를 PEF 간 주고받는 거래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 매각가 상승에 따른 '승자의 저주'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이로 인해 M&A 플레이어 간 진검승부도 예상된다.
정 대표는 "기업의 매각가가 '얼마나 높으냐'보다는 해당 기업을 '얼마나 성장시킬 수 있느냐'가 M&A 성패를 가른다"며 "꾸준히 성공할 경우 블랙스톤, KKR 같은 글로벌 PEF가 국내에서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의 자금 조
그는 "기업이 부동산 등 개별 자산을 유동화하는 등 다양한 자금 조달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다양한 금융 기법과 솔루션에 대해 심도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