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LG전자 주가는 장 시작 직후 주당 8만원 고지를 돌파하며 2013년 6월 이후 4년 만에 8만원 문턱을 넘었다. 올 초 주당 5만160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4개월여 만에 57%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연일 고점을 돌파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의 같은 기간 상승률(약 27%)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폭발적인 주가 상승 배경은 '주식 쓸어 담기'에 나선 외국인의 쉼 없는 매수 랠리다. 올 초 이후 88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13거래일을 제외한 75거래일 동안 LG전자 순매수에 나섰다. 지난 1월 22%대에서 시작한 외국인 지분은 최근 31%를 돌파했다. LG전자 외국인 지분이 30%대를 돌파한 건 2011년 9월 이후 5년 반 만에 처음이다.
최근 들어 외국인 매수 랠리는 더 강해지는 추세다. 지난 8일 외국인은 하루 만에 LG전자 주식 99만8000주를 순매수하며 2013년 4월 10일(170만주 순매수) 이후 최다 매수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외국인은 LG전자 지분을 19~22%대로 설정하고 이 안에서 주식을 '팔다 사다'를 반복하며 단타 위주로 거래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물량이 시장에 나오는 대로 족족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불붙은 매수세의 근원은 MC사업부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1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했던 MC사업부 영업이익은 올 1분기 영업손실 2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 줄었다. 올해 흑자전환이 유망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LG전자가 1분기 미국에서 73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점유율 20.0%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 사상 최대 기록이다.
LG전자는 매년 HE(TV)사업부와 H&A(가전·에어콘)사업부에서 돈을 벌어 MC사업부가 다 까먹는 구조였는데, 올해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김현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생활가전과 TV 분야를 합친 영업이익률이 역대 최고 수준인 10.1%까지 올라왔다"며 "스마트폰 부문도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조338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올해는 3조원 안팎으로 튀어오를 전망이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번번이 LG전자 주가 발목을 잡았던 스마트폰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진단했다.
LG전자의 주가 상승세에 힘입어 LG그룹주펀드의 수익률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 중인 LG그룹주펀드는 그룹주펀드들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미래에셋TIGER LG그룹+상장지수펀드(ETF)'는 연초 이후 약 4개월 만에 15.5%의 수익률을 올렸다. '한국투자LG그룹플러스1펀드'는 연초 이후 14.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들 펀드는 최근 3개월 동안 각각 9.4%, 9.1%의 수익률을 거둬 올 들어 수익률이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두 펀드 모두 LG전자의 주가 상승 영향을 톡톡히 봤다. '미래에셋TIGER LG그룹+ETF'의 경우 LG화학(23%)과 LG디스플레이(15.9%)에 이어 LG전자 비중(15.3%)이 세 번째로 높다. '한국투자LG그룹플러스1펀드' 역시 LG전자 비중이 4.72%로 LG이노텍(8.46%), LG화학(7.91%), LG디스플레이(5.05%)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담고 있다.
LG전자와 더불어 1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된 다른 계열사들도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효자' 노릇을 했다. LG화학은 올 들어 12.8%(11일 종가 기준) 상승했고, LG유플러스는 올 들어 주가가 15.3%(11일 종가 기준) 뛰었다. LG전자의 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증권가는 LG그룹주펀드의 수익률도
김효찬 한국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LG전자 등 IT 계열사들의 주가 반등이 펀드 운용 성과에 긍정적이었다"며 "특히 LG전자와 LG이노텍 등 IT 종목은 올해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어 투자 매력도가 높다.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장원 기자 /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