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이 강세장을 이끌었던 코스피와 달리 고른 이익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소외받는 모습이다. 코스피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가격 부담이 없는 코스닥 기업의 이익 확대가 지속되면 단기간에 중소형주로 손바뀜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은 연초 631.44에서 이날 종가 기준 653.96으로 약 3.5%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16.7% 급등한 코스피 상승률의 5분의 1 수준으로 기관이 3조원 가까이 순매도한 탓에 상승폭이 제한됐다.
문제는 코스닥이 연일 실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2월 결산법인 코스닥 상장사 744곳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3조8000억원) 대비 22.6% 급증했다.
분석 대상이 전체 상장사의 90% 수준이고 일반적으로 상반기 대비 하반기 이익 규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상 첫 코스닥 연간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순이익 예상치도 6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영업이익은 지난해 9조2000억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올해에는 10조원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며 "이익 관점에서 지금의 코스닥은 상승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코스닥이 장중 사상 최고치인 788.52까지 올랐던 2015년 코스닥 전체 영업이익은 8조2000억원이었다.
이익 개선 흐름도 정보기술(IT)·반도체 착시 효과가 있었던 코스피에 비해 훨씬 고른 편이다. 거래소가 발표한 코스피·코스닥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 상위 20종목을 각각 분석한 결과 코스피에서는 8곳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반면 코스닥에서는 4곳만 감소했다.
특히 코스피의 경우 IT·반도체에 속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를 제외한 17곳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코스닥 상위 20곳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53.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이 급증한 톱텍(879%)·에스에프에이(403%) 등 IT·전자 부품업체 3곳을 제외하더라도 37.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셀트리온(119%)·다우데이타(34%)·엠케이전자(52%)·GS홈쇼핑(25%)·휴젤(111%)·KCC건설(125%) 등 다양한 업종에서 두드러진 이익 개선세가 나타난 영향이다.
올 상반기 19~20위에 이름을 올린 로엔(493억원)·메디톡스(476억원)와 2년 전 산성엘엔에스(296억원)·유니테스트(295억원)를 비교해보면 최근 코스닥 기업들의 이익 규모가 전반적으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이익 개선세가 지수 상승으로 연결되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시장에서는 코스닥의 가격 매력과 실적 개선 흐름, 속도 조절에 들어간 코스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코스닥은 2년 가까운 조정 국면을 거치면서 2015년 중반 급등 때 이전보다 저가 매력이 더 부각된 상태"라며 "대형주 강세를 주도했던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점도 중소형주와 코스닥 기업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상반기 반도체·금융업종이 코스피 대세 상승을 견인한 것처럼 코스닥시장에서도 주도 업종이 나와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코스닥은 코스피 대비 반도체·금융 업종 비중이 낮지만 헬스케어(24.2%) 비중은 코스피(3.5%)보다 훨씬 높다. 그만큼 헬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이후 코스닥 수익률에서 가장 크게 공헌한 업종은 헬스케어"라며 "세계적으로 헬스케어 업종지수는 국가별로 같이 움직이는 성향이 강해 코스닥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글로벌 헬스케어 주식 반등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