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1월 출간된 ‘거래의 기술’(살림)은 도널드 트럼프가 사업가로 성공하기까지 자신의 철학을 담았다. 출간 후 32주간 뉴욕타임스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미국에서만 최소 500만부 이상 팔린 이 책은 미국 대선 레이스가 점화하면서 다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구경거리(spectacle)야말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음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면서 “‘거래의 기술’에 나오는 모든 교훈들 중 그의 운동 전략을 가장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주는 것일지 모른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저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16권의 책을 냈으며 숱한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업 비결로 “일주일에 28시간을 순수한 독서 시간으로 확보한다”고 말한 독서가이기도 하다. 그가 쓴 책과 그를 분석한 책들을 통해 ‘대통령 트럼프’에 대해 분석해봤다.
책을 통해서 드러나는 건 30여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트럼프의 철학은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다. ‘모든 비즈니스는 거래이며, 거래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다.’ 이 원칙은 그의 정치노선에도 드러나있다. 그는 거래에서 성공하기 위한 지침으로 ‘크게 생각하라’,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언론을 이용하라’, ‘희망은 크게, 비용은 적당히’ 등 11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향해 질주하고, 전략적이며 저돌적인 그의 정치 행보는 사업가 트럼프와 닮아있었다.
“이제 미국을 다시 정당한 주인인 미국인들에게 돌려줘야 할 때가 되었다. 나는 정치인들, 이익단체와 로비스트들이 오랫동안 해온 대로 법을 좌지우지하면서 실천 없이 말만 늘어놓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나를 매수할 수 없으므로 나는 정치계의 양쪽에 자리 잡은 기성체제를 뒤흔들 것이다.”
지난해 11월 출간한 ‘불구가 된 미국(이레미디어)’에서는 이처럼 자신을 기성 정치인과 선을 긋는다. 지금까지 저술했던 책과 다르게 그의 정치적 이념과 비전을 설명한 것으로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하며 출사표 격으로 내놓은 책이었다. 그는 “미국을 다시 되돌리고, 다시 위대하며 번영하게 만들며, 우방들은 존중하고 적국들이 두려워하는 나라로 만들고 싶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책의 부제인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How to Make America Great Again)’는 그대로 선거 슬로건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총 17개의 장에 걸쳐 보건법, 총기법, 기후변화, 중동정책, 교육과 에너지정책 등 다양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이념과 정책을 설명한다. 외교정책에서는 ‘힘을 통한 운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 맺은 합의는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한다. 또 이민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불법 이민’은 막아야 한다고 선을 긋는다.
국내 전문가들이 트럼프 현상을 진단하고 당선 이후를 전망한 책도 있다.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이 쓴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라온북)는 미국인들이 트럼프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정치의 죽음’이란 부제를 달고 출간한 ‘도널드 트럼프’(인물과사상)에서 트럼프가 평범한 미국인과 엘리트 정치인들 사이의 괴리를 파고들어 성공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10여종의 트럼프 관련 도서가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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