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티푸스, 사람만 괴롭히는 이유 찾았다…새 백신 기대"

↑ 장티푸스균이 동물이 아닌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이유가 밝혀졌다. [자료제공 =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

장티푸스균이 동물이 아닌 사람에게만 유독 치명적인 이유를 한인 과학자가 밝혀냈다.
7일 송정민 미국 코넬대 미생물학 교수 연구팀은 장티푸스균(살모넬라 타이피균)이 만드는 독소가 사람의 특정 세포에 달라붙어 병을 일으키는 원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어떻게 이 독소가 기력 상실, 의식 불명 등 다양한 장티푸스 증상을 유발하는지도 규명했다.
장티푸스는 발열과 복통, 구토, 설사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전신 질환이다. 초기에는 사망률이 1%도 채 안 되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10~20%에 이른다. 그러나 살모넬라 타이피균은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장티푸스 독소가 사람의 면역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당 분자 '아세틸뉴라민산(Neu5Ac)'을 인지해 장티푸스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동물의 경우 특정 효소가 이 당 분자 구조를 '아세틸뉴라민산'에서 '글리콜뉴라민산(Neu5Gc)’로 바꾸기 때문에 장티푸스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사람에게는 이 효소가 없어 장티푸스에 걸린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이에 장티푸스균이 만드는 독소에 대한 항체를 추가한다면 예방 효과를 높일 새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기존 장티푸스 백신에 해당 항체를 더한 뒤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백신의 효능이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송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장티푸스 독소가 사람의 체내에서 어떻게 병을 일으키는지의 원리를 규명했을 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더 효과 높은 백신을 만드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Nature Microbiology) 온라인으로 실렸다.
[김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