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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네버엔딩 스토리’(감독 정용주)의 남녀 주인공 동주(엄태웅)와 송경(정려원)에게는 시간이 없다. 한날한시 병원에서 시한부 삶이라는 판정을 들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봤는데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는다면 어떨까. 동생 부부에 얹혀살며 무시당하기 일쑤인 동주는 “이게 말이 되느냐”며 드러눕고 “다시 검사를 받겠다”고 난리를 치는 반면, 다이어리에 미래 계획을 차곡차곡 써놓으며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송경은 충격을 받긴 했지만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할 지 생각하며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하는 행동만 봐도 성격과 이상이 다른 이들이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두 사람은 티격태격 많이 싸우고 원하는 바도 너무 다르다. 로또 당첨이라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반백수’ 동주는 송경의 이상형 스타일이 아니다. 송경도 동주에게 맞지 않는 여자다. 아, 동주가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여자를 이상형이라고 했으니 은행원인 송경이 딱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몇 번 만나다 보면 정든다고 몇 차례 만난 이들은 어느새 쿵짝이 맞아 함께 다니게 되고 사랑의 감정도 느낀다. 모르는 사이에 찾아오는 게 사랑이니, 운명적인 사람을 서로 만난 것일 수도 있다. 죽음이라는 걸림돌이 있을 수도 있긴 하지만 사랑의 감정이 추후 찾아오는 이별보다는 일단 먼저다. 그렇게 동주와 송경은 서로를 이해하며 사랑해 나간다.
시한부 삶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로맨틱 코미디를, 이렇게 밝고 즐겁게 터치한 작품이 있을까 할 정도로 감독의 발상과 연출력이 탁월하다. 흔히 울고 짜고 할 수 있는 소재지만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점이 눈에 띈다.
가장 독특한 점은 이들의 데이트 장면이다. 자신이 쓸 관이나 수의, 유골함, 묘지 등을 찾아 떠나는 이들의 여정이 유쾌하기만 하다. 일명 장례(?) 데이트가 묘한 감정과 동시에 재미를 제공한다. 커다란 관에서 남자와 여자가 누워 대화를 하는 데이트 장면을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런 데이트가 엽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만난 지 100일째를 기념하기 위한 바닷가 데이트라는 일반적인 에피소드도 있다. 사랑을 속삭이는 남녀는 어느새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연인이 돼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고 만다.
“심장이 뛰는 동안 우리는 똑같이 사랑할 수 있다”는 동주의 말이 유독 가슴 깊게 다가온다. 송경이 절대 만나지 않을 것 같은 동주를 다시 사랑하게 되는 것도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죽음 앞에 쉽게 무너져 버릴 수도 있는 인간이지만 사랑이라는 묘한 매력을 가지는 단어의 힘은 강하다. 새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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