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코미디TV ‘얼짱시대’에선 음탕한 취미로 눈길을 끌더니, Mnet ‘슈퍼스타K4’에서는 독특한 말투로, 게임채널 ‘켠김에 왕까지’에서는 게임 중독자 증세로,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는 밀당의 고수로 변신하는 ‘이상한 남자’ 정준영. 이 남자,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정준영의 인터뷰를 앞두고 타 매체 기자들은 “이런 질문을 절.대.하지 마라”며 금기 질문 팁을 안겨줬다. “요즘 가장 재미있는 일이 뭐예요?” “어젠 뭐 했어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요?” “방송 활동 외의 시간에는 보통 무엇을 하나요?” 등이 그것이다. 이유는 돌아오는 대답이 모두 똑같다는 것. 그 대답은 바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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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M 제공 |
본사에 들어선 정준영의 모습은 방송에서와 그다지 다를 바 없었다. 마른 체형에 축 늘어진 어깨, 턱 끝까지 내려온 다크서클. 방송에서 봤던 익숙한 얼굴 덕분에 편한 분위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금기 질문’을 머릿속에 새긴 채 말이다.
정준영을 처음 접한 건 ‘얼짱시대’였다.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이 딱 지금 비춰지는 성격 그대로였다. 멍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고, 이상한 유머에 반응하고, 집에는 온갖 음란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슈퍼스타K4’에서도 현재 출연 중인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도 마찬가지다.
함께 자리한 소속사 직원이 중간 중간 정준영의 말에 살을 붙이고 있자니 그는 “끼어들지 마, 우리 지금 이야기 나누고 있잖아. 우리끼리 이야기 할 거야”라며 도도한 자세를 유지하고, 기자를 들어다 놨다 하면서 그야말로 아슬아슬하게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러다가도 음악 이야기를 시작하면 표정이 ‘싹’ 변해서 진지하게 설명을 이어나가는 그였다. 게임 이야기, 음탕한 이야기, 산으로 가는 대답들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가 바로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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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M 제공 |
‘슈퍼스타K4’에서 록큰롤을 외치던 정준영은 역시 록을 들고 나왔다. 그의 데뷔 앨범에는 타이틀곡 ‘이별 10분 전’과 선공개곡 ‘병이에요’(Spotless Mind)를 비롯해 ‘정말?’ ‘비 스투피드’(Be Stupid) ‘아는 번호’ ‘테이크 오프 마스크’(Take Off mask) 등 총 6곡이 실렸다. 100개가 넘는 곡들 중 엄선한 것들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특히 “로큰롤~꾸어억”하는 하드한 록이 아닌, 대중성이 짙은 록 넘버들이 대부분이다.
“저는 원래 메탈을 좋아해요. 이번 앨범에도 하드한 노래를 넣길 원했지만 팬들에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대중성도 배제할 수 없는 거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대중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의 교집합을 찾으려다보니 데뷔가 늦어졌어요.”
정준영의 데뷔는 그의 말처럼 조금 늦은 시기였다. 로이킴, 유승우, 딕펑스 등이 앨범을 내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을 때 정준영은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고 “뿌듯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의 앨범이 만들어졌다고 확신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데뷔 시기가 늦춰진 것에 대해서는 전혀 초조함이 없었어요. 제 자신이 더 좋은 음악을 찾고 싶었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 같아서 뿌듯할 뿐이죠. 아, 부러운 건 있었어요. 로이킴, 유승우, 딕펑스. 이런 친구들의 이름 앞에는 항상 그들의 음악이 생각나잖아요. 그런데 저는 ‘슈스케4 정준영’ ‘4차원 정준영’ 등의 수식어가 붙는 거예요. 저도 이제 제 음악들이 자연스럽게 수식어처럼 따라왔으면 좋겠어요.”
공을 들인 만큼 음원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10월 가요계에는 말 그대로 무서운 음원파워를 지닌 가수들이 대거 컴백했다. 버스커버스커, 아이유, 임창정 등이 음원차트를 수놓고 있는 가운데서도 정준영은 상위권을 유지하며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어냈다.
“음원차트에서 1위를 하면 물론 좋겠지만 그렇게 크게 연연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사실 제가 그 분들과 경쟁할 위치도 아니잖아요. 1위 욕심보다는 이번 앨범을 만들 때 가졌던 마음 그대로 가져가고 싶어요. ‘잘 만들자’로 시작했고, 듣는 분들도 좋게 들어주시길 바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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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M 제공 |
음악뿐만 아니라 정준영은 이번 앨범 작업 과정에 전적으로 의견을 보탰다. 재킷부터 뮤직비디오 촬영 등의 회의에도 직접 참여하며 애착을 드러냈다. 뮤직비디오에도 직접 출연했다. 촬영 현장 분위기를 읊어나가는 정준영의 모습에 소속사 직원은 혹시 말실수라도 할까 노심초사했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알고 보면 내가 연기파다” “연기 경력이 꽤 된다”고 우스갯소리를 줄줄이 늘어놓았다. 그간 여러 뮤직비디오에 참여했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을 이야기하면서 울상을 짓는 그였다.
“절박하게 오열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정말 그 오열신은 없앴으면 좋겠어요. 편집이 됐으면 좋겠는데…그럴 리가 없겠죠?(웃음) 지금 생각해도 정말 끔찍해요. 가상 부인인 정유미 누나가 연기에 대해 조언도 많이 해줬는데 그 오열신만 생각하면…”
음악 이야기가 끝나갈 기미를 보이자 그의 4차원, 아니 4차원보다 더한 말을 찾고 싶을 정도로 독특한 화술이 또 슬그머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제 그렇게 하고 싶어 하던 게임 이야기를 꺼냈더니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게임의 ‘ㄱ’자도 모르는 기자 앞에서 반짝이는 눈망울로 게임의 이름부터 종류까지 술술 읊어댔다.
그러다 “한 매체에서는 40분 동안 게임 이야기만 했어요”라는 그의 말에 ‘아차’싶어 급하게 인터뷰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