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배우 스티브 카렐이 영화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장르가 아니라 연기력임을 증명했다.
스티브 카렐은 코미디 전문 배우다. 그런 그가 ‘폭스캐처’에서 심리적인 골이 깊은 인물을 연기했다. 영화 제작 당시 “과연 스티브 카렐이 존 듀폰을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는 이런 의구심을 보란 듯이 잠재웠다. 스티브 카렐은 재벌 신분으로 레슬링 금메달리스트를 죽인 살인자 존 듀폰을 연기, 2015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강력한 후보로 노미네이트 됐다.
이쯤에서 스티브 카렐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자. 스티브 카렐은 1991년 TV영화 ‘라이프 애즈 위 노우 잇’(Life As We Know It)으로 데뷔, ‘브루스 올마이티’(2003), ‘슬립오버’(2004)에서 두각을 나타내나 싶더니, 2005년 TV시리즈 ‘오피스’(The Office)와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를 만나면서 코미디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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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오피스(The Office) 캡처 |
때문에 그가 사랑받으며 성장하지 못해 상처가 많은 인물, 평생을 외롭게 살아온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이 쉬이 상상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폭스캐처’의 감독 베넷 밀러는 스티브 카렐을 선택한 것이 신의 한 수라 판단했다. 베넷 밀러 감독은 “존 듀폰을 연기하는 스티브 카렐을 상상할 수 없었기에 캐스팅 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도 존 듀폰이 살인을 할지 몰랐다. 예상 밖의 일을 저지른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선 그 역할을 맡는 게 상상되지 않는 연기자가 필요했다”며, 그를 선택한 것이 옳은 선택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폭스캐처’에서 스티브 카렐은 실존 인물인 미국 재벌가 상속인 존 듀폰을 연기했다. 존 듀폰은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해 결핍이 많은 인물이다. 그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으로 레슬링 팀 ‘폭스캐처’를 후원하면서, 그 결핍을 채우려 한다.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인 친형 데이브 슐츠(마크 러팔로 분)의 그림자에 가려 성장하지 못한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 분)를 영입, 폭스캐처 팀을 88년도 서울올림픽에서 우승으로 이끌고자 의기투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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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폭스캐처 포스터 |
스티브 카렐은 존 듀폰을 연기하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는 감정선을 파괴하지 않으려 촬영장에서도 홀로 시간을 보냈고, 실제 존 듀폰과 흡사해지기 위해 외모적인 측면부터 제스처까지 통째로 바꿨다. 스티브 카렐은 가짜 코와 잇몸을 분장하고,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고개를 약간 치켜드는 모습, 어색한 걸음걸이, 특유의 발음 등을 제 것으로 만들면서 존 듀폰으로 거듭났다.
그저 실없이 웃고, 빈틈 많은 노총각 연기만 할 줄 알 것 같았던 스티브 카렐이 온전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면서 평단에서 극찬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작품으로 코미디 장르에만 국한된 연기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면서, 제2의 연기 인생을 위한 발돋움을 시작했다.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