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MBC 월화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 제목에서 ‘미치거나’는 꼭 들어가야 했을까. ‘피의 군주’라 불리는 고려 4대 왕 광중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사랑을 다루겠다고 한 ‘빛나거나 미치거나’이지만 정작 드라마에서는 ‘미치거나’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고려시대 저주받은 황자와 발해의 버려진 공주가 궁궐 안에서 펼치는 로맨스를 담은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가 7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왕소(장혁 분)는 신율(오연서 분)의 냉독을 치료하기 위해 그를 얼음계곡 차가운 물속으로 데려간다. 신율은 차가운 물속에서 혼절을 하지만, 왕소의 따뜻한 입맞춤으로 다시 정신을 차린다. 얼음계곡을 들어가서 죽을 고비를 넘긴 신율은 혈의 흐름이 제대로 돌아오면서 건강을 되찾게 된다.
사랑하는 신율을 살린 왕소는 ‘악의 축’인 왕식렴(이덕화 분)에 맞서기 위한 청해마을을 세우고, 이룰 중심으로 세를 키워나간다. 그 와중에 황제 정종(류승수)을 뛰어넘는 권력을 손에 잡은 왕식렴은 자기 스스로 왕이 되기를 자청하고, 그에 가장 방해가 되는 왕소를 제거하기 위해 정예 군사를 조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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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마지막 싸움은 왕소에게 돌아가고, 왕소는 서경 호족들의 지지를 받으며 막강한 지지기반을 잘아하게 된다. 전부터 왕소가 왕이 될 재목임을 알아본 정종은 그에게 선위하고, 왕소는 이를 받아드려 고려의 황제가 된다.
황제가 되기 전 아무도 모르는 아지트에서 신율과 진짜 혼례를 치른 왕소는 사랑하는 이와 달콤한 하룻밤을 보낸다. 하지만 이후 왕소는 황제의 자리로, 신율은 자신의 꿈의 나라였던 서역으로 떠나면서 각자의 길에 들어선다.
그렇게 16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왕소와 신율의 이야기는 끝이 나고, 화면은 1회의 오프닝을 열었던 아이들이 등장한다. 아이들은 황궁 속을 뛰어다니다가 신율과 왕소의 사랑을 목걸이를 발견하게 되고, 그 순간 등장한 고려의 대신 지몽(김병옥 분)은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지 않으려 해도 만나게 되는 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꿈인지 사후세계인지 알 수 없는 몽환적인 풍경 속 다시 만난 왕소와 신율은 진하게 포옹하며 사랑을 확인한다.
왕소가 왕이 되기 전 신율과의 사랑에 포커스를 맞춘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는 훗날 광종이 되는 왕소의 진취적이고 강인한 면모를 다루며 극을 이끌어갔다. 실제 역사적으로 광종은 준수한 외모에 영리하고 부드러우면서 기회 포착력이 강했던 외유내강의 인물로 묘사된다. 드라마는 이 같은 역사적 사실에다 백두산에 자라 야생적이고 호방한 기질을 지닌 왕소를 그리면서 ‘빛나거나’에 걸맞은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다.
문제는 ‘미치거나’였다. 광종의 광을 빛날 광(光)과 미칠 광(狂)을 중의적으로 해석해 ‘빛나거나 미치거나’라는 제목을 지었지만, 정작 광종의 광기는 전혀 그려지지 않은 것이다. 역사에서 광종은 노비안검법과 과거제도, 관복 제정 등 고려의 왕권 강화를 위해 힘쓴 왕이었다. ‘성군 중에 성군’이라고 불려도 될 정도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업적을 이룬 광종이지만,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재위 중반부터 시작된 공신과 왕실에 대한 피의 숙청 때문이었다.
광종 11년, 서사 권신이 공신세력을 대표하는 준홍·좌승·왕동 등이 역모를 꾀한다고 고발하는 일이 벌어지고, 이후 광종은 이후 대대적인 숙청작업을 벌인다. 이는 왕실 내부로까지 번졌다. 광종은 혜종과 정종의 외아들 뿐 아니라, 말년에는 부인인 대목왕후와 자신의 외아들인 경종마저 경계의 대상에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종의 대학살은 사회적인 혼란을 부르기까지 했지만, 광종이 죽기 직전까지 이어졌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광종이 죽기 전 감옥이 턱없이 모자라고 죄 없이 살육당하는 자가 꼬리를 물었다고 한다.
‘빛나거나 미치거나’라는 제목은 광종의 인생 전체를 봤을 때 어울릴 수 있지만, 정작 즉위 전 왕소의 삶만을 다룬 드라마에서는 다소 과한 제목이다. 드라마가 훗날 피의 숙청을 벌이는 왕소의 광기라도 다뤘으면 좋았을 런만, 아쉽게도 극중 왕소는 너무나도 전형적인 영웅형 주인공이었다.
제목을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마지막 회는 마치 반쪽만 건들다 만 듯 허무했고, 허둥지둥 급하게 극을 정리하는 듯 보였다. 광종의 광기가 빠진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신율과의 로맨스물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하고, 광종의 일대기라고 표현하기도 애매한 드라마로 마무리하게 됐다.
한편 ‘빛나거나 미치거나’ 후속으로 고귀한 신분인 공주로 태어났으나 권력 투쟁 속에서 죽은 사람으로 위장한 채 살아간 정명공주의 삶을 다룬 드라마 ‘화정’이 방송된다. 오는 13일 첫 방송.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