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제작비가 없다. 해외 판매 대금이 들어오면 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라.”
대체 왜 일부 제작사들은 약속된 출연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일까. 그동안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일면 문제 제작사들은 비슷한 류의 변명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왜 ‘제작비가 없는 것인지’에 대한 이유를 들어본 적은 없다. 이에 국내 드라마 제작사 다수에게 그 뒤에 얽힌 비하인드 얘기를 들어봤다.
◇ 신생 제작사의 판단 ‘미스’
제작사 다수는 문제 제작사들이 콘텐츠 제작 경험이 별로 없어 여러 변수를 계산하지 못했을 거라고 진단했다.
드라마 제작에는 여러 변수가 생긴다. 천재지변으로 일정이 연기되거나 출연진과 협의가 애초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아 10회 분량이 15회로 늘어나면 제작비용이 초과된다.
또한 제작 구조에 미숙한 제작사들은 1~2년의 작품 개발 기간에 들어가는 경상비용 지출에 신경 쓰지 않아 나중에 낭패를 보기도 한다. 초반 지출이 크다 보니 이를 막기 위해 제작비가 쓰였고, 후에 제작비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배우 출연료가 미지급되는 사태로 이어진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 사진=MBC플러스 제공 |
◇ 제작비, 은밀한 유용
제작비가 작품 제작에 쓰이지 않고 엉뚱한 곳에 쓰여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일으킨다는 견해도 있었다.
한 제작관계자는 “제작사가 방송사에 제작비를 받고 다른 곳에 안 쓰면 대부분 제작은 가능하다. 하지만 가끔 다음 작품을 위해 작가를 섭외하는 등의 과정에서 제작비를 끌어 쓰기도 한다. 게다가 배우들의 출연료가 만만치 않으니 자연스럽게 제작비에 펑크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출연료는 통상적으로 계약시 일부를 지급하고, 방송 도중 중도금을 치르며, 종영된 후 나머지 차액을 지급한다. 그러나 제작사들의 이런 은밀한 유용 탓에 드라마가 종영된 뒤 적자를 기록할 시 여러 곳에서 봇물 터지듯 출연료 미지급 사건이 벌어지는 거라고.
↑ 사진=MBC 제공 |
◇ 적은 제작비, 그리고 열악한 수익 구조
취재에 응한 제작사들 다수는 방송사에서 제시한 제작비용이 너무 적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배우들의 출연료와 물가는 점점 높아지는데 방송사는 굉장히 타이트하게 비용을 책정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스태프 비용은 제자리 수준이지만 출연료가 많이 오르면서 내용물이 많아지니까 제작비라는 그릇이 넘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시장 규모의 축소는 드라마 제작사에게 큰 타격이었다. 그나마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중국 소비 시장이 지난 1월 새로운 쿼터제가 도입되면서 판권료가 1/10로 줄었고, 일본 시장은 이미 죽어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제작사들은 향후 1-2년 안에 많은 중소 드라마 제작사들이 업종 변경을 하거나 폐업, 혹은 중국 자본에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단 출연료 미지급 사태뿐만 아니라 제작 구조에 큰 문제들이 생겨날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도 함께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