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군의 열정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부담감? 극복하려 안 해…시나리오, 고치고 또 고치고"
"영화 재미있게 봤다는 이야기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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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최동훈 감독에게 "멍청하다"고 했단다. "돈을 벌려면 크게 판을 벌이지 않아도 되는데, 예산을 왜 그렇게 많이 들여 1930년대를 재연하는가"라며 혀를 찼다고 한다. 영화 '암살'을 위해 경성과 상하이에 세트장을 짓고, 구하기 어려운 당시 자동차나 샹들리에를 직접 사는 등 그 시대를 완벽하게 재연하려고 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최 감독은 "예산은 현실이고 영화는 어떤 꿈같은 존재"라며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만 관객들에게 30년대의 어떤 한 단면을 충실히 만들어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야 영화를 만드는 나도 즐겁고, 관객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짚었다.
사실 일제강점기는 충무로에 징크스 같은 시대 배경이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그다지 흥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도전했고, 징크스를 보기 좋게 깨버렸다.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암살'은 개봉 첫주 만에 330만 관객(27일 영진위 기준)을 넘겼다. "쉬운 걸 선택하기보다 돌파해가면서 한 편의 영화 만들고 싶었다.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것도 그런 것 같았다"는 그의 생각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최 감독은 공간을 설계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어떤 톤으로 찍어야 할까도 고민이었다"고 털어놨다. "독립군의 어떤 열정이 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관객이 영화를 보고 캐릭터들이 떠오르면 만족이다. 나아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과거 의혈단을 찾아보기만 해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영화를 보고 난 관객 반응은 재미와 더불어 '뭉클', '감동'도 있다. 그의 바람 역시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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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영화의 힘은 시나리오다.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고치고 또 고친다. "배우가 내가 만들려고 하는 영화의 첫 번째 관객이다. 아주 냉정하고 취향이 강하며 개성도 뚜렷한 첫 번째 관객이니, 배우들이 '재밌다'고 하면 일단 뭔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고치고 고쳐야 한다." 물론 고쳐도 그 시나리오가 완벽하다는 건 아니다. 촬영 현장에서 고치는 부분도 있긴 하다. "내가 생각한 것과 배우들이 생각한 게 같아야 해요. 마음마저 다 같을 순 없지만 엇비슷하게는 가야죠. 흥행을 떠나 우리가 정말 비슷해지고 배우들에게서 '열정적으로 일했다. 아쉽다. 더 찍고 싶다'라는 말을 들으면 그게 최고인 것 같아요."
'암살'의 출연진도 화려하다. '도둑들'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정재와 전지현은 일찌감치 캐스팅됐다. 전작에서 매력을 보여줬으나 또 다른 지점을 보여주고 싶었고, 성공적이다. 낭만파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 역의 하정우 캐스팅은 의외라고 하니, 최 감독은 "극 중심에 있지 않던 사람이 영화가 흘러가며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하와이 피스톨은 유쾌하기도 하면서, 친근한데 또 우아하기도 한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하정우 배우가 딱 맞았다"고 했다. '암살' 관련한 댓글에는 '하정우 멋지다'가 꽤 많다.
한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져왔던 하정우를 20분이 넘은 뒤에 기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중요 인물들이 영화 시작하고 20분, 30분이 지나 등장하기도 했다. "'타짜' 때 (김)혜수씨가 30분 후에 나왔죠. '도둑들'에서 마카오 박(김윤석)도 20분 넘어서 나오고요. 저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요. 영화에서는 어떤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주인공이 처음부터 나온다는 건 일종의 통념이지 정답은 아니잖아요. 조금 다르게 찍고 싶은 거죠. 자신감이냐고요? 그것보다는 두려운데 믿고 가는 거죠. '이 영화는 이렇게 가야 해. 난 믿어. 다른 사람들도 이해해줄 거야'라는 생각이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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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에는 반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내용이 있다. 최 감독은 반전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전 도통 반전은 안 만들어요. 남이 반전처럼 쓰는 요소들을 저는 일찍 보여주죠. 그다음에 만들어지는 서스펜스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건 극적 긴장감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 긴
그가 말한 모든 게 '암살'에는 오롯이 녹아있다. 최 감독은 "흥행을 바란다거나 어떤 지점이 읽혔으면 하는 바람보다는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는 이야기만 듣고 싶다"고만 덧붙였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