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요즘 직장인에게 회사생활은 또 하나의 삶이 됐다. 아니 요즘 직장인들에게 회사란 존재는 삶보다 더 앞서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알게 모르게 사람들은 서로에게 칼을 겨눈다. 나에게 압박을 가하는 상사, 경쟁하는 동료, 언젠가 내 자리를 치고 올라올 후배에게까지 회사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내 적이 될 수 있다.
↑ 사진=스틸컷 |
‘오피스’는 그런 회사 안에서 일하던 김병국 과장(배성우 분)이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뒤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평범한 가장이었던 그는 퇴근길, 집으로 돌아와 조용히 가족에게 망치를 휘두른다. 그리고 난 뒤 그는 회사 CCTV에 모습을 드러낸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찍혔지만 나오는 모습은 없다. 이후 그가 몸을 담고 있던 팀에선 자꾸만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과장이 사라진 뒤 같은 팀 동료들은 경찰의 조사에서 “과장은 참 좋은 사람이었다” “왜 갑자기 그런 일을 저지른 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동료들의 말과는 달리 김 과장은 그 안에서 견딜 수 없는 무시를 당했다. 그저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를 쉽게 보고 무시하곤 했다. 그런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결국 그는 가족을 살해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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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김 과장을 따르던 인턴 이미례(고아성 분)이 있었다. 서울에 올라와 정규직이라는 목표 하나를 위해 열심히 일했던 그는 김 과장의 갑작스러운 사건에 누구보다 큰 충격을 받는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미례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또 다른 인턴의 등장으로 불안해한다. 결국, 김 과장이나 이미례 둘 다 그저 열심히 하고자 했을 뿐인데,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 이미례는 어쩌면 자신과 비슷한 점이 많은 김 과장을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 사라진 김 과장의 행방은 이미례를 통해 조금씩 베일을 벗으며 사건 속 숨겨진 이야기가 그 실체를 드러낸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회사. 대중교통, 엘리베이터, 사무실, 회의실로 이어지는 회사 생활이 어느 순간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무서운 곳으로 변한다. 일가족을 살해한 범인이 회사를 떠나지 않고 있다는 설정이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사실 현실에도 회사는 얼마든지 우리에게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오피스’의 김 과장, 이미례의 마음은 스트레스받는 직장생활을 하는 누구나가 마음속에 조금씩 가지고 있는 감정일 수 있다. 나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업무를 강요하는 상사, 서로를 짓밟고 올라서려는 동료, 날 무시하는 후배에게 시원한 욕을 해줄 수 없는 우리 현실과 ‘오피스’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며 섬뜩한 방법으로 전개된다.
김 과장과 이미례는 사무실 책상 서랍 속 숨겨놓은 칼을 자신에게 ‘묵주’와 같은 의미라고 공통으로 말한다. 칼자루를 조용히 손으로 쥐었을 때 비로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처럼 현재 직장에 다니며 사회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속에 그런 칼 하나는 가지고, 치열한 경쟁 속 답답함을 느낄 때마다 그 칼자루를 조용히 쥐며 마음을 달래고 있진 않을까. 오는 27일 개봉.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