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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양우석 감독이다. 지극히 ‘뻔한 것’과 결코 ‘뻔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확실하다. 감독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미래지향적인 시선은 소모적인 담론을 건너뛰고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안 모색에 눈을 돌리게 한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체감하고 있지 못한 무서운 현실에 대해 제대로 경각심을 일깨운다. 감독이 제안하는 영화적인 해결책이나 어떤 사상에 찬반을 논한 필요는 없다. 이 강력한 화두에 대해 우리가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치열하게 고민한다면 성공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철비’는 완벽하게 제 몫을 해냈다.
지난 11일, 정우성‧ 곽도원 주연, ‘변호인’ 양우석 감독의 신작으로 올해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힌 ‘강철비’가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넘어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면 핵전쟁일 것’이라는 감독의 현실적인 예측을 기반으로 북한이나 북한에 사는 동포들, 남북이 가진 동포들, 남북을 바라보는 시각들을 입체적이고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왜 북핵 문제가 단순히 대한민국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닌지, 우리가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이 현실에 대해 회피의 시선이 아닌 정면으로 바라봐야 하는 지에 대해 냉정하고도 정확하게 그리고 우직하게 짚어낸다. 언젠가 일어날 일에 대한 예언이나 상상이 아닌, 이미 익숙해진 문제라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물음을 던진다.
화려한 라인업을 갖췄지만 그것에 매몰되지 않았고, 남북 주인공 간 뻔한 동포애를 담았지만 그것이 진부하지 않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는 것이 너무나 끔찍하지만, 그래서 다소 불편함을 느끼게도 하지만, 감독은 그렇기에 더욱 우직하게 그것을 세밀하고도 다각도로 깊이 있게 담아낸다. 이성과 감성의 절묘한 조합이, 묵직한 메시지와 진한 휴머니즘이 적절하게 녹아들었다.
정우성의 북한 사투리 연기는 격한 감정을 드러낼 때 다소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크게 튀거나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않는다. 반면, 곽도원은 냉정과 열정을 오가는 인간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캐릭터를 자신 만의 스타일로 섬세하게 완성시킨다. 초반부에는 다소 ‘또 저런 연기야?’라고 진부하게 느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역시 곽도원이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케미는 기대 이상으로 진하고 소박하며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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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남과 북이 처한 엄혹한 현실에 대한 상상이, 고민이, 대비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현 시점에 영화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명을 다 했다. 영화 속 충격적인 전개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우리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진정 소름을 끼치게 한다. 단지 영화적 재미로만 평가하고 그칠 수 없는 이유다.
한편, 영화 제목인 ‘강철비’는 영어로 ‘STEEL RAIN’. 실제로 존재하는 클러스트형 로켓 탄두의 별칭이다. 살상 반경이 큰 탓에 전 세계 1
영화에는 주연 배우인 정우성 곽도원 이 외에도 김갑수 김의성 이경영 조우진 박은혜 김지호 원진아 장현성 등 명품 배우들이 대거 가세해 완성도를 높였다. 오는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9분.
kiki2022@mk.co.kr